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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종교지도자 재판, 불구속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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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1. 28. 00:01

세계 종교 지도자들 50여 명이 13일 오후 광화문 세종대왕동상 앞에서 종교적 가치, 종교적 양심 지지 및 한학자 총재 석방 염원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박성일 기자
일반인은 물론이고 특히 종교 지도자의 경우에는 수사든 재판이든 불구속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고 바람직하다. 종교 지도자는 특정 종교를 대변하는 인물이므로 그를 구속한다는 것은 그의 지도 아래 있는 종교를 억압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검찰과 사법부가 무리하게 압수수색을 하거나 종교 지도자를 구속하게 되면, 나라 안팎에서 '한국에서의 종교의 자유 침해'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 25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에서 "교회들에 대한 매우 공격적인 압수수색(very vicious raids on churches)"이 이뤄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의 이 발언 이후 미국 내 정치인들도 한국의 종교자유 침해를 경고하는 목소리를 높였었다. 그만큼 종교기관이나 종교인에 대한 각종 수사나 구속은 국내·외적으로 예민한 반응을 불러오는 사안이다. 그래서 종교인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발부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부산경찰청은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담임목사를 '공직 선거법 위반'으로 수사하면서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이는 "목회자 설교까지 제한한다면, 종교의 자유·표현의 자유의 본질이 훼손된다. 목사가 도망갈 이유도 없고, 발언은 이미 영상으로 남아 있어 증거 인멸 가능성도 없으므로 구속은 과잉처벌이자 종교 탄압"이라는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다음달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에서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정식재판이 열린다. 이날 한 총재의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붙인 석방)에 대한 심문도 열릴 예정이다. 재판은 당연히 엄정하게 진행돼야겠지만, 구속 상태로 진행할 필요가 있는지는 별개 문제다. 보석 심문을 할 때 한 총재가 종교 지도자라는 사실을 감안해서 불필요하게 대내외에 '종교 탄압' 논쟁을 부르지 않았으면 한다.

더구나 한 총재는 고령인 데다 심장병 등 각종 질병과 투병하면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보석이 되지 않아서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건강에 더 큰 문제가 생기거나 혹시 불의의 사태라도 발생한다면 정부가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이 대통령은 소년 시절부터 무수한 고난과 시련을 극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누구보다도 고통을 겪어본 이 대통령이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병마와 투쟁하는 고령의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선처를 결단할 필요가 있다. 한 총재에 대한 재판이 구속된 상태에서가 아니라 보석이 된 상태에서 이루어질 때,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을 뿐더러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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