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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공장에서 뽑아낸 CO₂, 해저 3㎞ 아래로
토모카이 CCS는 일본 정부가 추진한 일본 최초의 '전주기형(full-chain) CCS 실증 사업'이다. 현장 관계자의 설명은 담담했지만, 공정 하나하나가 산업사에 남을 실험이었다. 인근 정유공장 배출가스(이산화탄소 함량 약 50%)는 약 1.4㎞의 파이프라인을 따라 CCS 플랜트로 이송된다. 여기서 CO₂는 3기의 흡수탑을 통과하며 아민(amine) 흡수 공정으로 분리·포집된다. 이후 고압으로 압축된 CO₂는 육상에서 바닷속을 향해 뻗은 주입정을 따라 해저 심부로 향한다.
주입 대상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지층이다. 하나는 해저 1,000~1,200m 깊이의 사암층, 또 하나는 2,400~2,800m 깊이의 화산암층이다. 주입정은 해상 시추가 아닌 '육상에서 해저로 비스듬히 뚫는 방향성 시추(directional drilling)' 방식으로 확보됐다. 해양 환경 훼손과 어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토모카이 CCS의 요시히로 사와다 국제담당 매니저는 "해상 플랫폼을 세우지 않고도 저장층까지 접근할 수 있어 비용과 환경 부담을 동시에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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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₂ 주입은 2016년 4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3년 8개월 동안 진행됐다. 누적 주입량은 약 30만 톤. 이 기간 동안 가장 민감한 문제는 안전성이었다. 지하 수천 미터로 밀어 넣은 CO₂가 지진을 유발하거나, 균열을 따라 해저로 새어 나올 가능성이 늘 우려로 따라다녔다.
현장에는 일본이 구축한 다중 감시 체계가 촘촘히 깔려 있었다. 주입정과 관측정에는 온도·압력 센서가 상시 작동했고, 총 11기의 지진 센서, 해저 케이블형 지진계 72기, 해저 지진계 4기가 미소진동까지 잡아냈다. 주입 전·중·후 7차례에 걸친 탄성파(지진파) 탐사도 병행됐다. 그 결과는 일본 측의 표현처럼 "안정적"이었다. CO₂는 계획된 저장 구역 내부에만 머물렀고, 주입과 연관된 지진이나 누출 징후는 확인되지 않았다. 해저 생태계 조사에서도 이상 반응은 관측되지 않았다.
◇ 바다 아래 '보이지 않는 탱크'…지질 단면도에 드러난 CO₂의 이동
현장 브리핑실 벽면에는 해저 지층의 지질 단면도와 CO₂ 이동 경로를 재현한 3차원 영상이 걸려 있었다. 밝은 색으로 표시된 영역이 주입된 CO₂의 분포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영역은 서서히 확장되다가, 30만 톤 주입 후에는 특정 범위 내에서 더 이상 커지지 않고 안정화된 모습을 보였다. 토모카이 CCS 관계자는 "의도한 저장 공간 안에서만 CO₂가 머물며 장기 봉인 구조가 형성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하 저장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영상으로 '보여주는 작업'이 주민 수용성을 얻는 데 결정적이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로 토모카이 프로젝트는 주민 설명회, 학생 대상 세미나, 연례 공개 포럼, 실시간 모니터링 공개 시스템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왔다. 그 결과, 대규모 CO₂ 저장이라는 민감한 사업임에도 실질적인 주민 반대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토모카이 CCS 측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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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모카이 프로젝트는 최근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단순 저장 실증을 넘어 '액화 CO₂ 해상 운송' 실증까지 연결됐다. 교토부 마이즈루(舞鶴) 화력발전소에서 포집한 CO₂는 액화 처리된 뒤 저온·저압 상태로 전용 실증선에 실려 약 1,000㎞ 떨어진 토모카이로 운송된다. 실증선의 탱크 용량은 1,450㎥급. 토모카이 터미널에서 하역·저장한 뒤 다시 환적해 되돌아가는 과정을 반복하며 대량·장거리 수송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검증 중이다.
일본이 저온·저압 방식을 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압력이 낮을수록 같은 두께의 강판으로 더 큰 탱크를 만들 수 있고, 선박당 적재량이 늘어나 운항 횟수와 물류비가 줄어든다. 도로·부지 면적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일본은 이 기술을 2030년대 본격 상용화할 차세대 CCUS 핵심 인프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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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아시아투데이는 토모카이 프로젝트 관계자에게 '한국의 CCS'관련 해서 한일 협력 관련 질문을 던졌다. 한국은 철강·정유·석유화학·시멘트·화력발전 등 대규모 CO₂ 배출 산업 구조를 안고 있으면서도, 정작 저장할 장소는 극히 제한적이다. 육상 저장은 주민 수용성 장벽에 막혀 있고, 해저 저장은 아직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토모카이 사례는 그래서 더욱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포집은 육상, 저장은 해저, 운송은 해상'이라는 일본식 풀체인 설계는 저장 부지가 부족한 한국이 피할 수 없는 미래 시나리오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특히 해상 액화 CO₂ 운송 기술은, 한국처럼 배출원과 저장지가 분리된 국가에 사실상 필수 인프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 포스코, 정유 4사, 시멘트 업계가 이 현장을 주의 깊게 지켜보는 이유다. 일본의 탄소 정책은 이미 다음 단계—대형화·장거리화·국제화—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궤적은 머지않아 한국 산업의 미래 선택지와도 정면으로 맞부딪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