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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 日홋카이도대 녹색전환혁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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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도쿄 특파원

승인 : 2025. 11. 30. 01:28

'탄소를 먹는 시멘트' 회색 숲의 캠퍼스에서 태어난 '흡수형 콘크리트', 건설이 배출이 아닌 해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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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홋카이도대 녹색전환혁신센터 /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11월 27일 한기가 스며드는 바람 섞인 늦가을 오전, 일본 홋카이도대학교 삿포로 캠퍼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늘어선 교정 한켠에서 일본의 탄소중립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연구가 조용히 진행되고 있었다. 바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흡수형 시멘트(탄소 흡착 콘크리트)' 연구다.

홋카이도대 GX(녹색전환) 혁신 연구진이 개발 중인 이 시멘트는 기존 콘크리트의 구조적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스스로 흡수해 내부 구조로 포집·고정하는 기능을 갖춘 것이 핵심이다. 일반 시멘트는 제조 과정에서 막대한 CO₂를 배출하는 대표적인 고탄소 산업 소재다.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7~8%가 시멘트·콘크리트 산업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 소재는 오랫동안 '감축이 가장 어려운 분야'로 꼽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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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홋카이도대 녹색전환혁신센터의 연구진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시멘트 코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연구진이 개발 중인 신형 시멘트는 석회석 기반 원료 구조를 조정하고, 다공성 미세 구조를 형성해 CO₂와의 반응 면적을 대폭 넓히는 방식이 적용됐다. 콘크리트가 굳는 과정과 이후 사용 단계에서도 공기 중 CO₂가 구조 내부로 흡수돼 탄산칼슘 형태로 고정되도록 설계됐다. 연구진은 "이론상 콘크리트가 '탄소를 배출하는 자재'에서 '탄소를 저장하는 자재'로 전환되는 분기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이 기술이 실험실 개념에 그치지 않고 '실제 건축 적용'을 전제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미 보도블록, 외벽 패널, 저층 구조물용 세컨드 콘크리트 등에 시범 적용을 진행 중이다. 기존 콘크리트와의 가격 격차를 최소화하는 것이 상용화의 관건으로, 현재는 기존 제품 대비 소폭 높은 수준까지 원가를 낮춘 단계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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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를 흡수하는 시멘트의 DAC코팅 설명/사진=초영재 도쿄 특파원
홋카이도대 GX 연구진은 이 흡수형 시멘트를 도심 보도블록, 공공시설 외벽, 주차장 구조물, 교량 보강재 등 '대량 설치가 가능한 인프라'에 우선 적용하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도시 전체를 거대한 '탄소 흡수 장치'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연구진은 "발전소 한 곳을 줄이는 것보다, 도시 곳곳에 이런 자재를 깔아두는 편이 장기적으로는 더 큰 흡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분류된다. 홋카이도대는 기초 연구를, 민간 건설사와 소재 기업들은 대량 생산·현장 적용 기술을 분담하는 '산학일체형 구조'를 구축했다. 시멘트 산업 자체를 '배출 산업'에서 '흡수 산업'으로 전환하려는 장기 실험이 본격화된 셈이다.

한국에도 이 연구는 직접적인 함의를 던진다. 한국 역시 시멘트·건설 산업이 국가 탄소배출의 핵심 축을 이루고 있으나, 대체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다. 흡수형 콘크리트가 실제 상용화 궤도에 오를 경우, 한일 간 건설·SOC·도시 인프라 분야의 새로운 기술 경쟁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영재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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