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악몽의 11월’…동남아·남아시아 ‘물폭탄’에 600명 넘게 사망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130010015513

글자크기

닫기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1. 30. 07:00

SRI LANKA-WEATHER-FLOOD <YONHAP NO-3062> (AFP)
사이클론 '디트와'가 휩쓸고 간 29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콜롬보 외곽에서 한 주민이 반려묘를 안고 침수된 도로를 대피하고 있다. 스리랑카 당국은 인명 피해가 급증하자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AFP 연합뉴스
11월의 끝자락, 아시아 전역이 전례 없는 '물 난리'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AFP·AP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태국과 스리랑카 등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국가들이 동시에 기록적인 폭우와 사이클론의 직격탄을 맞아 불과 일주일 새 6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각국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대를 동원해 구조에 나섰지만 끊어진 도로와 열악한 기상 조건 탓에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마을 통째로 흙더미에 묻힌 인도네시아… 사망 303명
가장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한 곳은 인도네시아다. 수마트라섬을 강타한 사이클론성 폭우로 인한 산사태와 홍수로 29일 기준 공식 확인된 사망자만 303명에 달한다.

인도네시아의 북수마트라(166명)·서수마트라(90명)·아체(47명) 등 3개 주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특히 서수마트라 아감 지구 등에서는 산사태로 마을 전체가 매몰되면서 여전히 279명이 실종 상태다. 구조대원들은 중장비 진입이 어려운 곳에서 맨손으로 진흙을 파헤치며 실종자를 찾고 있다.

아체주의 주민 노비아(30) 씨는 "태어나서 30년 동안 이런 홍수는 처음 본다"며 "집 전체가 진흙으로 뒤덮였고 가재도구가 모두 망가졌다"고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피해 지역의 비를 돌리기 위해 인공강우 기술까지 동원하고 있다.

◇ 사이클론 '디트와' 덮친 스리랑카, 153명 사망
인도양의 섬나라 스리랑카 역시 사이클론 '디트와'에 신음하고 있다. 스리랑카 재난당국은 29일 디트와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로 153명이 숨지고 191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이날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수도 콜롬보 인근 말와나 등 저지대 마을들은 지붕까지 물이 차올랐고, 전력과 수도가 끊긴 채 고립된 주민들은 보트로 구조되고 있다.

몰려드는 이재민으로 학교 등 800여 곳에 마련된 대피소는 포화 상태다. 이웃 나라 인도는 수송기와 헬기, 구조대를 급파해 구호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태국, 300년 만의 폭우에 162명 희생
태국 남부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핫야이 등 경제 중심지를 포함한 남부 지역에 쏟아진 '300년 만의 폭우'로 인한 사망자는 162명으로 늘어났다.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드러난 도시는 처참했다. 현지 매체들은 병원 영안실이 꽉 차 냉동 트럭에 시신을 보관해야 하는 참담한 상황을 전했다.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는 "사망과 부상, 모든 손실은 총리의 책임"이라고 사과하며 2주 안에 복구를 마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야당은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오판이 피해를 키웠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아시아 상공은 거대한 습기 엔진이 된 상태다. 태평양의 수온 변화로 비구름을 몰고 오는 라니냐 현상과, 인도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져 막대한 수증기를 뿜어내는 음의 인도양 다이폴(Negative IOD) 현상이 이례적으로 동시에 발생해 폭우의 '연료'를 끊임없이 공급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구 온난화가 기폭제가 됐다. 아시아의 온난화 속도는 세계 평균보다 2배나 빠르다. 더 따뜻해진 대기는 더 많은 수분을 머금게 되고, 이것이 결국 이번 사태와 같은 '물 폭탄'과 '슈퍼 태풍'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의 속도가 인간이 만든 방재 시스템의 적응 속도를 이미 추월했다"며 과거의 기준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뉴 노멀' 재난 시대가 도래했다고 경고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더욱 강력해진 폭풍과 예측 불가능한 폭우가 아시아 전역을 동시다발적으로 강타하면서 각국의 재난 대응 시스템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