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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AFP·AP에 따르면 전날 수천 명의 시위대는 1986년 마르코스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민중의 힘(피플파워) 혁명'의 성지 EDSA 도로와 루네타 공원 등 마닐라 곳곳에서 집결했다. 이들은 "탐욕스러운 자들에게 자비는 없다", "부패한 자들을 감옥으로"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번 시위에는 필리핀 전역의 가톨릭교회가 적극적으로 힘을 보탰다. 흰색 옷을 입은 사제들과 신도들은 "정의 구현"과 "도둑맞은 자금의 환수"를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거리에 섰다.
플라비 빌라누에바 신부는 시위대 앞에서 "돈을 훔치는 것은 범죄지만, 존엄성과 생명을 빼앗는 것은 동료 인간과 국가, 그리고 무엇보다 신에 대한 죄악"이라며 "모든 부패한 자들과 살인자들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 현장에는 페르난디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그의 정적인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을 머리가 두 개 달린 악어로 묘사한 거대한 조형물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필리핀 정치권 전체에 만연한 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환멸이 극에 달했음을 드러낸 셈이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7월 국정연설에서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이후 "크리스마스 전까지 관련자들을 감옥에 보내겠다"고 공언해왔다. 실제로 최근 공무원 7명이 구속되고, 뇌물을 받은 전직 엔지니어가 1억 1000만 페소(약 27억 원)를 반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당국도 관련 용의자들의 자산 약 120억 페소(약 3009억 원)를 동결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필리핀 교회 협의회의 메르빈 토케로(54)는 AFP통신에 "고위 공직자들의 묵인 없이 이런 부패가 일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위대는 이번 스캔들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유력 상원의원들과 하원의원, 건설사 사주 등 '몸통'에 대한 처벌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시위가 격화되면서 일각에서는 군부의 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으나, 필리핀 군은 이를 일축했다. 전·현직 장성 88명은 성명을 통해 "필리핀 군이 위헌적인 행동이나 군사 모험주의에 가담하라는 어떠한 요구도 강력히 거부한다"며 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재확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