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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전랑 외교 재소환한 中 군사적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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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5. 12. 01. 15:36

中 군사력 美도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
일본 등은 아예 비교불가라고 단언 가능
중일 충돌로 전랑 외교 재등장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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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관들이 필요하다면 이른바 전랑 외교를 실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 중국 정부의 포스터. 2023년 3월 열린 제14기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제2차 회의에서 제작이 결정된 포스터이다./신징바오(新京報).
지난 세기 초반 중국인들은 '동아시아의 병자'로 불리는 치욕을 감수해야 했다. 중국이 제국주의의 반식민지로 전락했을 때는 상하이(上海) 조계(租界) 곳곳에 '개와 중국인은 출입금지'라는 치욕스러운 문구가 내걸리는 것도 어쩌지 못했다. 그저 때가 되면 언제인가는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이 현실이 될 것이라면서 너 나 할 것 없이 참을 인(忍)자를 가슴에 새긴 채 은인자중해야 했다.

이 은인자중은 중국이 1949년 대륙을 통일, 이른바 신중국을 건국한 이후에도 엄청나게 오랫동안 이어졌다. 제2세대 국가 지도자인 덩샤오핑(鄧小平)이 내걸었던 도광양회(韜光養晦·실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림)라는 외교 슬로건이 금세기 초까지 유효했다면 확실히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이 슬로건은 이후 다음 단계인 유소작위(有所作爲·해야 할 일은 적극적으로 수행함)로 슬그머니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니 중국이 의도적으로 변화를 줬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2008년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미국이 극강의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과 만만치 않은 자국의 경제, 군사적 힘을 실감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이어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집권을 시작한 2012년에는 드디어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라는 용어까지 전면에 내세웠다.

이때부터 중국의 대외 정책은 도광양회와는 완전히 반대인 전랑 외교로 굳어졌다고 할 수 있다. 미국과 군사적으로 맞장까지 뜨겠다는 호전적인 자세를 견지하게 된 것은 하나 이상할 것이 없었다. 시진핑의 등장과 동시에 최초의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함을 운용한 사실을 상기하면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 지금은 산둥(山東), 푸젠(福建)함까지 실전 투입하면서 미국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만큼 전랑 외교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길 필요도 없다.

실제로도 군사적 자신감을 장착한 중국의 최근 외교 행보를 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 대표적으로 '대만 유사시 군사 개입' 발언을 통해 자국을 대놓고 저격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일본을 대하는 행태를 꼽을 수 있다. 일본의 군사력이 자국과는 비교불가라고 판단하는 듯 마구 윽박지르고 있다. 심지어 관영 언론과 누리꾼들은 "차제에 본때를 보여야 한다"면서 일전불사까지 외치고 있다. 전랑 외교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고 단언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현재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등장으로 인해 미국과 다시 관세 및 무역전쟁을 지리하게 치르고 있다. 승패에 국운이 걸렸다고 해도 좋을 이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말할 것도 없이 주변에 많은 우방국들을 만들 필요가 있다. 금년 들어서는 상당수의 국가들에게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면서 만들고도 있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일부 외신이 최근 중국이 전랑 외교를 버리고 미소 외교로 돌아섰다는 분석을 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분석은 그러나 일본의 도발로 원인무효가 됐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중국의 일본에 대한 무차별적인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분명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공연히 중국의 역린을 건드린 일본의 탓도 전혀 없지는 않겠으되 중국의 군사적 자신감이 전랑 외교를 재소환하는 형국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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