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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CE, 30년 만에 ‘민스크 그룹’ 운영 종료…미·러 영향력 재조정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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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아스타나 통신원

승인 : 2025. 12. 02. 11:17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평화 협정 체결 후속 조치
미·러 중재 경쟁 속 남코카서스 정세 영향력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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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연합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약 30여 년간 남코카서스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운영해 온 '민스크 그룹'과 그 산하 모든 구조체의 활동을 공식 종료했다.

최근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무력 충돌을 끝내고 평화 협정을 체결하면서 양국은 더 이상 국제기구의 중재 대상이 아닌 정상 국가 관계로 전환됐다는 점을 국제사회가 확인한 방증으로 풀이된다.

1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매체 카즈인폼에 따르면 OSCE는 "2025년 9월 1일 OSCE 외교장관회의에서 5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된 각료회의 결정에 따라 2025년 11월 30일 오후 11시 59분에 민스크 그룹과 관련 기관을 공식 폐쇄하는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양국 정상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평화 협정 공동 선언에 서명한 이후 직접 OSCE에 민스크 체제 종결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민스크 그룹은 1992년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구성된 다자 협의체다. 러시아·미국·프랑스가 공동 의장을 맡아 수차례 휴전과 중재를 시도해 왔다.

2020년 2차 전쟁에서 아제르바이잔이 사실상 군사적 승리를 거두고 2023년 카라바흐 내 아르메니아계 자치 구조가 해체되면서 기존 분쟁의 구조적 기반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양국 간의 관계 정상화 흐름은 단순한 정치적 선언을 넘어 경제 협력으로 확장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국경 개방, 무역·물류 통로 복원, 에너지·광물 자원 분야 협력 등 실질적 경제 교류를 재개하기로 했다. 이는 남코카서스가 오랜 갈등 지역에서 '상호 연결'의 거점으로 전환되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평화 협정이 발효되기까지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아제르바이잔의 아르메니아 헌법 개정 요구, 국경 경계 획정 세부 협의, 전후 난민·이주민 문제 등 양국 정치와 직결된 쟁점이 남아 있다.

민스크 그룹이 담당했던 감시·분쟁 예방 기능을 어떤 식으로 대체할지에 대한 국제적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민스크 그룹 종료 결정에 대해 "현실을 반영한 조치"라면서도 분쟁 해결 과정에서 미국과 서방의 역할이 확대되는 흐름에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러시아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남코카서스의 안정은 지역 국가들이 스스로 구축해야 한다"며 "외부 세력의 과도한 개입은 장기적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이 주도한 평화 협정 조율 과정에 대해 "일시적 외교 성과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하며, 향후 지역 협력 구조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와 러시아-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3자 협력을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은 이번 결정을 두고 "역내 평화의 역사적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미 국무부는 "워싱턴 공동선언은 남코카서스의 30년 긴장을 종식시키는 핵심 계기였다"며 "민스크 체제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고 양국이 주권 국가로서 직접 협상에 나선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국경 획정, 경제 통로 복원, 난민 문제 해결 등 후속 협상에서도 기술적으로 지원하고 신뢰 구축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며 중재자 역할을 지속할 뜻을 내보였다.

전문가들은 양국 간 평화 협정 추진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민스크 그룹의 공식 종료로 인해 남코카서스 지역이 미국의 외교적 관여도와 러시아의 전통적 영향력이 맞물리는 새로운 지역 질서의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민규 아스타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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