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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KT의 미래, ‘진영’이 아닌 ‘실력’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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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2. 02. 16:12

박인복 부동산개발협회 상임 부회장
박인복 한국부동산개발협회 민관공공협력 부회장
대한민국 통신 산업의 중추인 KT가 차기 수장 선출을 위한 중요한 시간을 맞이했다. 총 33명의 지원자가 도전장을 내밀었고, 이제 이사회는 옥석을 가려 최종 후보군을 추려내야 한다. 그러나 KT의 향후 10년을 좌우할 이 엄중한 시기에, 오고 가는 논의의 방향은 다소 우려스럽다. 미래 비전에 대한 치열한 경합보다는 "내부 출신이냐, 외부 인사냐"를 따지는 이분법적 논쟁만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짚어보자면, 현재 거론되는 '내부 안정이냐, 외부 수혈이냐'는 프레임은 본질이 아니다. 지금 KT에 절실한 것은 출신 성분이 아니라, 급변하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생존하고 도약할 수 있는 '실존적 역량'이기 때문이다.

우선, 공모 때마다 반복적으로 이름을 올리는 이른바 '회전문 지원자'들에 대해 이사회의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과거의 CEO 선임 과정에서 역량 부족이나 적합성 문제로 선택받지 못했던 전력이 있다. 그럼에도 경영 공백기가 생길 때마다 다시 지원하는 행태는, 과거 회사가 내렸던 엄정한 검증 결과와 그 당위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모순으로 비칠 수 있다.

경영 환경은 불과 수년 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고도화되었다. 과거의 기준에서도 선택받지 못했던 리더십이, AI와 6G가 지배하는 현재의 복합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논리적 설득력이 약하다. 더욱이 일부 후보군은 과거 재직 시절의 경영상 과실이나 도덕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미 시장과 주주로부터 냉담한 평가를 받았던 인물들에게 미래의 지휘봉을 맡기는 것은, 혁신보다는 과거로의 회귀를 선택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정치적 배경'을 가진 외부 인사 역시 경계해야 한다. 정권교체기마다 반복되었던 외부 인사의 영입 논란은 KT의 본원적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였다. AI 기술의 흐름을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하는 관료 출신이나, 기업을 경력 관리의 과정으로 여기는 인사가 온다면 경영의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성이 결여된 리더십은 조직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경영 외적인 해법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결국 기업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해법은 명확하다. 지금 KT에 필요한 리더십은 진영 논리를 넘어선 '압도적인 실력'이다. 여기서 말하는 실력이란, 복잡한 사내 정치를 조율하는 능력이 아니라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정확히 독해하고, 세계 무대에서 빅테크 기업들과 경쟁해 성과를 내본 '글로벌 경험', 그리고 조직의 기강과 시스템을 합리적으로 재건할 수 있는 '융합적 관리 역량'을 의미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AI 3대 강국(G3)' 도약과 '소버린 AI' 구축은 내수 시장에 머물렀던 통신 전문가나 비전문가인 정치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경영 감각을 갖추고, 통신과 보안, AI 산업을 아우르는 통찰력을 지닌 '테크노크라트(기술 전문 경영인)'가 제3의 대안으로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이제 공은 이사회로 넘어갔다. 이사회의 책무는 무겁고 엄중하다. 외부의 정치적 시선이나 내부의 파벌 논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특히 과거의 검증 결과를 부정하며 반복해서 등장하는 인사들이나, 전문성이 부족한 외부 인사는 원칙에 따라 배제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KT는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닌, 국민의 통신 기본권과 국가 디지털 경쟁력을 책임지는 기업이다. 이사회가 과거의 관행과 타협한다면 이는 주주와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출신을 불문하고 오직 '실력'과 '미래 비전'을 기준으로 한 현명한 선택만이, KT가 낡은 껍질을 깨고 글로벌 AICT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박인복 한국부동산개발협회 민관공공협력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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