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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오전, 하노이 서부 타익 텃현 하방 지역의 공기질지수(AQI)는 무려 310까지 치솟았다. 이는 '위험(301~500)' 단계로 건강한 사람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 수준이다. 이후 3일과 4일에도 하노이 도심인 떠이호, 롱비엔 지역 역시 지수가 200을 넘기며 '보라색 경보'가 켜졌다.
IQAir 등 대기질 모니터링 사이트에 따르면, 하노이는 최근 계속해 세계에서 가장 대기질이 나쁜 도시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4일에도 하노이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79.7㎍/㎥까지 치솟아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간 권고치(5㎍/㎥)의 약 16배에 달하는 살인적인 수준을 기록했다.
시민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박뜨리엠 지구에 사는 흐엉 씨는 "목이 아프고 눈이 따가워 제대로 뜨고 있기도 힘들 지경"이라며 "환기는 엄두도 못내고 집의 모든 문을 걸어 닫고 공기청청기를 켠다"고 토로했다.
하노이시의 이런 심각한 대기오염은 기상 조건과 인위적인 요인이 결합돼 최근 몇 년 동안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겨울철 하노이는 특유의 '기온 역전(Inversion)' 현상이 일어난다. 밤새 차가워진 지면 공기 위에 따뜻한 공기층이 뚜껑처럼 덮이면서, 오염물질이 대기 중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도심에 갇히는 것이다. 여기에 바람까지 잦아들면서 도시는 거대한 가스실로 변한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내부의 오염원이다. 690만 대에 달하는 오토바이와 110만 대의 자동차, 그리고 도시 곳곳의 건설 현장에서 뿜어내는 매연과 먼지가 공기를 더럽히고 있다. 특히 등록된 오토바이의 70%가 10년 이상 된 노후 차량이라는 점이 문제다.
여기에 외부 요인도 한몫한다. 세계은행 연구에 따르면, 하노이 미세먼지의 3분의 2는 외부에서 유입된다. 박닌성 등 인근 공단과 화력발전소에서 날아오는 매연, 그리고 겨울 계절풍을 타고 중국에서 넘어오는 장거리 이동 오염물질이 하노이 상공에 쌓이고 있다.
일주일 째 심각하게 이어지는 대기오염에 하노이시는 부랴부랴 △노약자 외출 자제 △학교 야외 수업 제한 △공사장 먼지 단속 강화 △도로 물청소 확대 등을 지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단기 처방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25년간 하노이의 연평균 PM2.5 농도는 30~40㎍/㎥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호앙 즈엉 뚱 베트남 청정대기네트워크 회장은 현지매체에 "오염원이 정확히 어디서 얼마나 나오는지 파악하는 '배출원 목록'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며 "과학적 데이터 없이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노이뿐만 아니라 인근 성(省)들과 협력하여 '광역 대기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