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재판부·죄목 고르는 ‘정권 맞춤형 재판’ 우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05010002888

글자크기

닫기

박영훈 기자

승인 : 2025. 12. 04. 17:53

학계 "법관·검찰 압박하는 도구될 것"
민주 "계엄 진상규명, 장기 대응체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특별재판부 설치 및 법왜곡죄 신설의 위헌성 긴급세미나'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경계하는 배경에는 해당 입법이 사법 체계 전반을 재편하려는 시도로 비화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존 재판부 구성 방식과 사법 운영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감지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번 법안이 정치적 목적을 염두에 둔 '맞춤형 재판부'라고 반발하고 있다. 재판부 구성과 사건 배당은 사법부 고유 권한인데, 입법으로 법관 임명·선정 절차를 정하면 정치권이 재판의 틀과 방향을 설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란전담재판부·법왜곡죄·간첩법 개정안이 동시에 추진되는 점을 두고, 국민의힘은 여권이 사법 환경 전반을 정권 코드에 맞춰 재편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유사한 지적이 나온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가 사법 체계와 권력 분립 원칙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긴급세미나에서 "어떤 법관이 어떤 재판을 맡을지는 사전에 일반적 기준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며 "사건 발생 뒤 임의로 재판부를 구성하면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기소하지 않은 판단까지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겨 수사와 재판의 독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등 일부 국가 사례를 언급하며 "독일은 기소 법정주의가 확립돼 있고, 법왜곡죄는 나치·동독 시절 사법 불법 처리를 위한 장치였지만 현재는 사실상 사문화됐다"며 "이를 한국식으로 이식할 경우 법관과 검찰을 압박하는 도구가 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해석이 과도한 '정치 프레임'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계엄 사태를 '국가기능 마비 위험'이라고 규정하며, 내란 사건은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고도의 전문성과 장기적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장·구속 기준이 동일한 기존 사법 구조로는 계엄 진상 규명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전담 재판부 설치는 사법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라는 게 당의 설명이다.

또 내란전담재판부가 헌법이 금지하는 별도 특별법원이 아니라 행정·가사 사건처럼 기존 법원 내부에 두는 전문재판부의 일종이라며, 최종 임명권이 대법원장에게 있는 만큼 정권이 법관 배치를 마음대로 좌우하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계엄 발동은 현행 사법 체계가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는 데 허점을 드러낸 사례로, 이번 입법은 향후 동일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예방적 조치로 보고 있다.
박영훈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