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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치지직컵. /치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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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라인업과 높은 관심 속에 진행된 치지직컵이 밸런스 조절을 실패하며 아쉬운 대회라는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 7일 네이버 치지직의 리그 오브 레전드 스트리머 대회 '2025 치지직컵'이 막을 내렸다.
이번 치지직컵은 화려한 라인업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괴물쥐와 랄로, 한동숙을 비롯한 인기 스트리머들과 울프와 뱅, 앰비션, 운타라, 큐베 등 전 프로게이머 출신 선수 등 치지직 올스타라고 볼 수 있는 라인업으로 이목을 끌었다.
부산에서 진행된 준결승전과 결승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결승전 동시 시청자 수도 10만 명을 가볍게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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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을 차지한 도개걸운모. /치지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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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대회 완성도가 아쉽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주최 측의 밸런스 조절 실패로 우승팀 '도개걸운모'가 일방적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대회 재미가 반감됐다는 지적이었다.
밸런스 불균형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탑이었다. 이번 대회에 참여한 전프로 출신 스트리머들은 자신의 주 라인과 다른 포지션에 배치됐지만 '운타라' 박의진은 자신의 주 라인 탑에 배정됐다.
현재 운타라는 개인 방송에서 티모 원챔 장인으로 활약하며 웃음을 주고 있지만 본래 이번 시즌 탑레이팅 챌린저 1142점을 찍은 천상계 유저다.
방송을 위해 티모를 선택한 것이지 본래 폭넓은 챔피언 폭을 가지고 있으며 이번 대회 참가자 중 가장 리그 오브 레전드를 열심히 하고 있는 유저 중 하나로 이번 치지직컵의 비대칭전력이었다.
실제 본선 및 토너먼트에서도 운타라의 압도적 캐리력을 바탕으로 도개걸운모가 우승을 차지했다. 채팅창에서는 너무나 기울어진 밸런스를 성토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과열된 시청자들은 대회 참가자들을 비난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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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세한 기준으로 밸런스 구성에 힘을 쓰는 SOOP 멸망전. /S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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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진행되던 다른 스트리머 대회는 엄격하게 팀 구성 및 밸런스 조절에 신경써서 황금 밸런스를 맞추는 데 집중한다. 스포츠의 재미는 결과의 불확실성에서 나온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스트리머 대회인 SOOP의 '멸망전'의 경우 솔로랭크 판수와 포지션 가중치, 티어 점수대별로 세세한 점수 분리로 밸런스를 잡았다. '자낳대'의 경우에도 고티어나 전프로 출신 참가자를 주 포지션이 아닌 곳에 배치하며 밸런스를 맞췄다.
이런 사례와 비교하면 치지직컵이 섭외 및 밸런스 조율 측면에서 상당히 미흡했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각 라인별로 한 명씩 운타라급의 비대칭전력을 넣던가 탑 라인에서도 운타라에 대항할 수 있는 고티어 참가자를 마련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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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볼 시스템. /치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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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지직컵의 특별룰 치즈볼 시스템도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치즈볼은 치지직컵 플레이오프 밴픽 아이템 구매에 사용 가능한 재화다. 풀리그 각 매치 승리팀에게 치즈볼 1개를 지급했다.
치즈볼을 사용하면 챔피언 하나를 지정해 상대 팀이 밴하지 못하도록 보호하는 '챔피언 보호권'이나 피어리스 밴된 챔피언 하나를 한 세트에 한해 해제하는 '피어리스 밴 해제권' 등을 구매할 수 있다.
취지 자체는 좋았다. 치즈볼을 시기적절하게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챔피언 폭이 좁은 저티어 선수도 피어리스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자신 있는 픽으로 경기에서 활약해 변수를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챔피언 보호권이 강팀의 1티어 선수들에게 돌아가 경기의 변수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사용됐다는 점이다. 게다가 풀리그 승리 때마다 치즈볼을 주는 규칙 때문에 강팀만 치즈볼이 많고 상대적 약팀은 치즈볼이 적어 변수 창출이 어려웠다.
결국 대회에서 많은 시청자를 열광시키는 '역배'의 기회를 원천 차단해버린 셈이다. 차기 대회가 열린다면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