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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캄보디아 국경 공습…‘트럼프 중재’ 휴전협정 한 달 만에 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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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2. 08. 14:18

THAILAND-CAMBODIA/ <YONHAP NO-2692> (REUTERS)
8일(현지시간) 태국 부리람주의 한 임시 대피소에서 캄보디아와의 국경 무력 충돌을 피해 피란길에 오른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태국 군 당국은 이날 캄보디아군을 겨냥한 공습을 감행했다고 밝히며, 국경 인근 4개 지역 주민 약 38만 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양국 간 교전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접경 지역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태국군이 8일(현지시간) 국경 분쟁 지역인 캄보디아 측 영토를 향해 전격적인 공습을 단행했다. 양국 간 산발적인 포격전이 이어진 지 하루 만에 태국이 공군력을 동원해 군사적 타격 강도를 높이면서, 지난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맺어진 휴전 협정은 사실상 파기 수순을 밟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AP·로이터와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태국 군 당국은 이날 성명을 통해 "캄보디아군의 지원 사격을 제압하기 위해 항공기를 동원해 다수의 군사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태국 공군은 이번 작전이 캄보디아 영토 내의 무기 저장고·지휘 통제소·보급로 등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군사 시설"만을 정밀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습은 전날부터 이어진 국경 충돌의 연장선상에 있다. 윈타이 수바리 태국 육군 대변인은 "8일 새벽 캄보디아군의 공격으로 태국 군인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며 공습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반면 캄보디아 국방부는 "태국군이 프레아 비헤아르와 오다르 민체이 지역을 공격했으며, 타모네 톰 사원 인근에 탱크 포격을 가했다"고 비난했다. 캄보디아 당국은 이번 충돌로 민간인 3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밝혔으나, 군 병력 피해 규모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공습은 양국 간의 현격한 군사력 격차를 여실히 보여준다. 태국은 F-16 전투기와 스웨덴제 그리펜 전투기 등 100여 대의 작전기를 보유한 반면, 전투기가 전무한 캄보디아 공군은 수송용 헬기 위주의 전력을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태국이 제공권을 앞세워 공습을 감행하자 캄보디아군은 지상 화력으로 맞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태국 측은 캄보디아군이 자국 민간인 지역을 향해 소련제 다연장 로켓인 'BM-21'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캄보디아 막후의실세인 훈 센 전 총리(현 상원의장)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응을 위한 '레드라인'은 이미 설정되었다"며 지휘관들에게 즉각적인 대응 태세를 주문해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양국의 무력 충돌이 공중전으로 확대되면서 국경 지역 주민들의 공포는 극에 달하고 있다. 태국 2군사령부는 부리람, 수린 등 4개 국경 지역 주민 약 38만 5000 명을 대상으로 대피 작전을 진행 중이며, 이미 3만 5000여 명이 임시 대피소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월 닷새간의 국경 분쟁 당시 발생한 피란민 규모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번 사태로 지난 10월 26일 트럼프 대통령과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의 중재로 체결된 평화 협정은 한 달여 만에 휴지 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외교적 치적으로 과시했으나, 지난달 지뢰 폭발 사고에 이어 공습 사태까지 벌어지며 중재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안와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성명을 내고 "아세안 지역이 대립의 악순환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즉각적인 전투 중단과 외교적 해결을 호소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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