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독일, 캐나다 ‘절충교역 폭탄’…국가패키지에 밀리는 K-잠수함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09001444527

글자크기

닫기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5. 12. 09. 14:45

60조 잠수함 수주전, 한화오션 ‘장보고-III’ 급격한 경고등 켜졌다
독일 1.5조 캐나다産 CMS 구매...사실상 캐나다 맞춘 ‘맞춤형 절충공세'
유럽연합 220조원 재군비 기금 활용한 공동 구매·생산 모델 제안
1209 TKMS_213CD
Type 212A 잠수함이 독일 키엘(Kiel)의 튀센크룹(TKMS) 조선소에 위치한 모습, 캐나다 CPSP에 제시한 Type-212CD 개발의 기반이 되는 플랫폼이다. 사진= TKMS(ThyssenKrupp Marine Systems)社
캐나다가 추진 중인 최대 60조원 규모 '해군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에서 한국(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의 수주 전망에 급격한 적색등이 켜졌다.
경쟁국 독일이 '국가 대 국가(G2G) 절충교역' 패키지를 대거 제시하며 판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폴란드 오르카 사업에서 스웨덴에 밀린 충격이 가시기도 전, 캐나다에서도 '절충교역'이 결정적 승부 변수가 되는 패턴이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폴란드의 데자뷰"… 캐나다에서도 절충교역이 승부 가른다
폴란드 오르카 사업에서 한국은 기술·가격에서는 앞섰지만, 스웨덴이 정부·해군·국가산업이 총력으로 밀어붙인 국가 패키지 전략을 이기지 못했다.
캐나다 해군 CPSP 잠수함 사업에서도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한화오션)의 수주 가능성에 대해 익명의 K-방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캐나다는 '잠수함'을 고르는 게 아니다. 향후 30년 북극 안보와 산업전략을 함께 책임질 파트너를 고른다."며, 한국이 지금 수준의 절충교역 제안으로는 독일의 '절충교역 패키지(Offset package)' 수준을 넘기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다.

독일, 10억달러 캐나다산 CMS 구매… "잠수함 대가(代價) 명확히 보여준 것"
독일 정부는 최근 자국 해군 차기 전투관리체계(CMS)를 캐나다 제품으로 전량 도입하기로 발표했으며, 그 규모는 10억 달러(약 1.47조원)에 이른다고 지난달 18일 로이터가 보도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협력이 아니라 캐나다 정부가 요구하는 '산업·기술적 혜택 정책 (ITB, Industrial and Technological Benefits)'을 정확히 겨냥한 맞춤형 '절충교역 시그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ITB 혜택정책은 캐나다 정부가 대형 방산·정부조달 사업에서 '구매액 100% 이상을 캐나다 경제에 되돌려라'는 조건을 의무화한 제도이다.

12월초 현재 독일측 G2G(정부對정부) 패키지는 10억달러 규모 캐나다 CMS 구매, 북극함대 기지 현대화 참여, 일정 비율 캐나다 현지 생산 보장, 캐나다 MRO(정비) 생태계 구축, 1500억유로 (220조원) 규모의 EU 재군비 기금 활용 가능성 제시, 독일 정부 보증 금융 지원, 캐나다의 핵심광물·에너지·배터리에 대한 독일·캐나다 양국 협력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측 제안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 잠수함 성능의 장보고-III 배치-II, 조속한 납기 보장, 합리적 가격·우수한 기술력·장기 수명주기 비용 절감, 일부 (자동차등) 산업협력 제안 검토, 국가 패키지 (광물·배터리·에너지·EU기금 연동)는 '논의 초기'상태로서 캐나다가 요구하는 '산업·공급망 패키지' 수준은 전반적으로 독일이 훨씬 앞서 있다.

특히 글로벌 법무법인에 근무하는 익명의 K 방산 전문 변호사는 "캐나다 정부는 단순한 '보상거래'가 아니라 지속적 산업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다음 3가지 축을 강조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① 직접 투자 (Direct Investment)
캐나다 조선·방산 기업에 직접 설비 투자
잠수함·전투관리체계(CMS)·센서·AI 등 핵심 분야에 R&D 비용 투입
장기 유지보수(MRO) 센터 설립

② 기술 이전 및 공동 생산 (Tech Transfer & Co-Production)
설계권·통합체계(CMS) 기술 일부 공유
캐나다 조선소/IT 기업들과 공동 개발 프로그램 운영
캐나다 노동자 교육·훈련 프로그램 제공(Workforce Development)

③ 수출 기여 (Export Contribution)
캐나다 기업이 해외 수출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길 터주기
"캐나다 공급망(Canadian Supply Chain) 글로벌화"가 목표

게속해서 K 방산 전문 변호사는 "독일이 캐나다에 제시한 패키지는 사실상 캐나다 CPSP 잠수함 수주를 위한 '3중 보증'"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 캐나다 현지생산 및 캐나다 북극기지 현대화 참여,
▲ EU 1,500억유로 재군비 기금 활용한 공동구매·공동생산 모델 약속
▲ 독일 정부 금융보증·장기 MRO(정비) 파트너십 제공
독일은 여기에 핵심광물·LNG·수소 협력, 유럽연합(EU)와 캐나다 공급망 연계까지 묶어, 잠수함 수주전이 아닌 "캐나다 미래 산업전략의 파트너 선정전"의 성격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한화오션 '장보고-III 배치-II', 기술은 최고… 그러나 "국가 패키지 밀리면 끝"
한국 원팀은 3천톤급 장보고-III 배치-II라는 세계 최고 수준 디젤 잠수함을 제안해 숏리스트에 올랐다.
캐나다 총리·산업장관이 잇따라 한화오션 거제를 방문하며 분위기는 분명 한국에 유리했다.

그러나 최근 캐나다가 한국과 독일 양측에 절충교역 기반 '국가 패키지 제안서'를 공식 요구하면서 상황이 급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졸리 캐나다 산업장관은 지난달 27일 한화오션이 위치한 옥포조선서에서 "한국의 전기차·배터리 관련 기업들(예: 현대자동차, 삼성SDI 등)과의 협력을 언급하면서, "한국과 캐나다는 전기차 배터리와 중요 광물에서 상호 보완적인 강점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또한 같은 날 졸리 장관은 잠수함 사업(캐나다 CPSP) 경쟁국으로서 한국 컨소시엄을 언급하면서, 캐나다에 "얼마나 많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지"를 살펴보러 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즉, 캐나다는 "잠수함만 사는 게 아니라 캐나다 경제 전체에 기여하라"는 '산업·기술적 혜택 정책 (ITB)' 메시지를 명확히 던진 것이다.

1209 장보고 배치 II
도산안창호급 잠수함(KSS-III Batch-II) 총 9척이 건조될 예정이다. 첫 번째 함정이 10월 22일 진수(launch)되었고, '취역(commissioning)' 시점은 2026년으로 예정된 것으로 보인다. 자료=방위사업청, 그래픽=연합
대통령실 "강훈식 특사 파견 검토"… 뒤늦은 총력전 준비
상황이 심각해지자 대통령실도 전략경제협력 특사 파견을 검토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캐나다는 한국 잠수함의 기술적 우수성을 알고 있다. 그러나 최종 선택은 '기술'이 아니라 '산업·경제·안보 패키지'가 좌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K-방산과 글로벌 절충교역 최고의 전문가중 한명인 강은호 전 방사청장 (전북대 교수 겸 방산연구소 소장)은 "오늘날 절충교역은 군수영역을 넘어 광물·에너지·제조업의 국가전략이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이며 "국가·기업·학계가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한국은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고 9일 인터뷰를 통해 강조했다.

"K-방산 슈퍼사이클의 설계자"라고 불리우던 강은호 전 방사청장의 재임시 한국 방산수출이 사상 최대치(170억→190억달러)로 폭발하는 직전의 제도·기반을 완비한 시기로 평가된다.
그는 K-방산 수출 총괄청장 직속·원팀체계 강화, 2021년 방사청 조직을 재정비해 수출지원본부 기능 강화, 해외 영업 지원, 기업별 맞춤형 'One-DAPA 수출지원 체계' 도입, 패키지 수출 모델 제도화를 통해 폴란드·노르웨이·오만·UAE 등 주요국과의 G2G 루트 정비, 특히 폴란드와의 대규모 협력 MOU·실무계획을 재임기에 정립, 2022~23년 K2·K9·FA-50 대규모 패키지 계약의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K-방산 업계에서 평가받는다.

'기술의 전쟁'이 아니라 '국가 전략전(戰)'이다
캐나다 CPSP 잠수함 사업은 K-잠수함이 북미 시장으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지만, 상황은 이미 기술 경쟁 → 산업·공급망·정치 패키지 전쟁으로 넘어갔다.
한국이 국가 차원의 절충 패키지 전략을 얼마나 신속히 정비하는지가 K-잠수함 '장보고-III'의 운명을 가르는 마지막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