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의 법제화 소식은 창작자와 제작자에게 희소식이다. 업계에서는 K-콘텐츠와 K-컬처를 실물자산(RWA)으로 토큰화해 펀드레이징을 전개하는 사업 추진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한국의 드라마, K-팝, 웹툰 등 글로벌 인기를 끌고 있는 콘텐츠를 블록체인 기반의 RWA로 변환, 투자자들에게 소유권 지분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해당 업계는 새로운 투자창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한껏 고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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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나 디즈니 등에 공급되는 K-드라마 작품의 경우 총 제작비가 300억 원에서 1000억 원에 달한다. '폭싹 속았수다'는 총 제작비가 약 600억 원으로 알려졌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제작비는 약 1억 달러가 투입됐다. 투자한도가 50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폭싹 속았수다'는 1만 2,000명의 소액 투자자가 모집되어야 하고, 케데헌은 3만 명이 필요하다. 업계 의견대로라면 '불가능한 미션'이다.
엄격한 규제 환경은 '탈(脫)한국' 현상을 가속화한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두바이로 가자'며 입을 모은다. 두바이의 경우, 정부가 '버추얼 에셀 규제 프레임워크'를 통해 RWA를 명확히 정의하고, 라이선스 발급을 신속히 처리하기 때문이다. 두바이의 가상자산규제청(VARA)은 실시간 감사와 공개 보고를 의무화하여 안정성을 담보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투자 금액 자체의 상한은 규정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되 투자의 결과는 투자자의 몫이라는 상식적인 규제다.
이러한 차이는 K-콘텐츠 창작자와 제작자에게 거대한 갭을 만든다. 투자 유치를 위한 캠페인도 비용인데, 같은 비용을 쓴다면 한국에서 할 것인지 두바이에서 할 것인지 질문하지 않아도 답이 나온다. 백이면 백 두바이를 선택한다. 잠재적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혁신을 장려하는 균형 잡힌 규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업 친화적 환경'은 K-콘텐츠로 하여금 '탈한국' 선택을 하게끔 한다.
규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지만, 과도한 장벽은 국내 산업의 성장을 저해한다. K-컬처의 글로벌 위상을 고려할 때, 정부는 토큰증권 법안을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 두바이의 사례처럼 유연한 프레임워크를 도입하면, 한국 기업들이 국내에서 펀드레이징을 전개하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한국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도 가능하다. K-콘텐츠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 혁신을 해외로 내모는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
/이정훈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