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 양보·나토 가입 등 쟁점 여전…협상 장기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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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공개된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지고 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받아들여야 할 것을 받아들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전황에서 밀리고 있다며 조기 합의를 거듭 압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 각국과 미국이 20개항 평화 프레임워크를 중심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문서는 평화안의 기본 구조를 제시하는 초안으로, 여기에 더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보장 문서, 전후 재건 계획 문서 등 총 3개의 패키지로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 20개항 문서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조약 5조(집단방위조항)와 유사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세부 내용은 앞으로 며칠간 논의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는 사실상 서방의 직접적 개입을 보장하는 수준의 안전장치를 의미해 협상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나토 조약 5조는 한 회원국이 공격받을 경우 나머지 회원국들이 공동 대응하도록 규정한다.
유럽 각국은 "미국·유럽의 안전보장 장치가 확실히 마련되지 않는 한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내주는 방식의 합의는 성립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우크라이나의 양보가 현실화되면 러시아가 전열을 가다듬어 다시 공격에 나설 가능성을 여전히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러시아·미국·우크라이나의 핵심 쟁점에 대한 간극은 여전히 크다. 한 유럽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조기 성과를 원하지만, 이 정도 난제를 며칠 만에 풀 수는 없다"며 "전선 변화와 정치적 상황을 감안하면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핵심 쟁점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문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여부 △러시아 동결 자산 활용 방식 등으로, 어느 하나도 쉽게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협상이 미국·유럽 간 신뢰가 급격히 흔들리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SS)은 유럽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결 방식에 대해 "비현실적 기대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대규모 이민을 허용했다고 비판해 유럽 주요국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유럽 정상들은 이달 들어 일제히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접근법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전쟁 종식 방식을 미국이 주도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우크라이나의 미래와 협상 결과는 유럽도 적극적으로 관여해 설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토 문제와 나토 가입은 우크라이나의 국가 정체성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단기간 결론을 내기 어려운 쟁점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전선의 변화가 협상 분위기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지속해서 요구해온 '선거 실시'와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랫동안 미뤄온 선거를 치를 준비가 있다"고 밝혀 태도 변화를 보였다. 다만 러시아의 공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상적 투표를 위해선 국제적 지원이 필요하며, 특히 전선에 배치된 군인들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이용해 선거를 회피하고 있다고 비난한 직후 나왔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계엄령 아래 있어 선거가 금지돼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의회가 계엄령 중에도 선거를 허용하는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는 원래 2024년에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러시아의 침공 직후 선포된 계엄령이 유지되면서 선거는 계속 미뤄져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