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단독] 모험자본 한다더니…증권사, 스타트업 투자엔 고작 ‘3%’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10010005777

글자크기

닫기

박이삭 기자

승인 : 2025. 12. 10. 17:59

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KB증권
초대형 IB 4곳 국내 투자 현황 분석
대기업 39조·부동산 12조 vs 벤처 2조
위험 낮고 담보 확실한 자산으로 흘러
당국 "제도 개선 검토" 6년 만에 실현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 증권사들이 발행어음으로 끌어모은 자금을 통해 대기업·부동산에 수십조원 집중 투자한 반면, 벤처·스타트업에는 수천억원씩만 흘려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모험자본 공급을 명분으로 특혜성 조달 창구를 얻어 놓고 정작 위험이 낮은 자산으로 피신한 흐름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KB증권의 발행어음 자금 흐름을 뜯어 보면 대기업 혹은 부동산 비중이 압도적이고, 벤처·스타트업에는 상징적 수준의 돈만 배정되는 구조였다. NH투자증권만이 상대적으로 벤처·스타트업 쪽을 향해 과감히 자금을 돌렸지만, 업계 전반의 구조적 쏠림을 상쇄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10일 국회 정무위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초대형 IB 4개사의 발행어음 국내 투자 운용 현황에 따르면 대기업, 부동산, 중견기업, 벤처·스타트업 투자액은 총 62조8608억원이다. 이 가운데 대기업에 투자된 자금은 39조838억원, 부동산에 투자된 자금은 12조4001억원으로 두 부문이 전체 비중의 81.9%를 차지했다. 이와 달리 벤처·스타트업 투자액은 2조806억원으로 그 비중은 3.3%에 불과했다.

증권사별로 보면 한국투자증권은 대기업에만 12조1917억원을, 부동산 관련 투자에 6조9155억원을 쏟아부었으나 벤처·스타트업 투자는 5326억원에 그쳤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돈을 안정성이 높은 대기업 대출과 담보가 확실한 부동산에 주로 묶어두고, 위험이 큰 초기 기업에는 최소한만 배정하는 보수적 운용 패턴이었다.

미래에셋증권도 대기업 편중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대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15조3515억원인 반면 벤처·스타트업 투자는 1303억원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부동산 관련 투자액은 430억원이었다. 부동산 비중은 적지만 모험자본에 해당하는 벤처·스타트업 비중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몫은 미미했다.

KB증권은 한국투자증권과 마찬가지로 대기업·부동산 쌍끌이 구조가 뚜렷했다. 대기업에 10조4038억원, 부동산 관련 투자에 5조2007억원을 배정해 발행어음 자금의 상당 부분을 이 두 축에 의존했다. 벤처·스타트업 투자에는 4978억원 수준으로 지원했다.

모험자본 공급에 가장 걸맞는 투자를 단행한 곳은 NH투자증권이었다. NH투자증권은 다른 증권사에 비해 대기업과 부동산 관련 운용 규모가 비교적 적었고, 벤처·스타트업에 나가는 자금 규모가 가장 컸다. 해당 기간 대기업에 1조1368억원, 부동산에 2409억원을 투자했고 벤처·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9199억원이었다.

앞서 금융당국은 2017년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업 인가를 시작으로 2018년 NH투자증권, 2019년 KB증권, 2021년 미래에셋증권에 발행어음업을 허용했다. 기업금융을 위한 다양하고 효율적인 자금조달 수단을 마련케 하는 동시에,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앞으로는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 업무를 영위하는 증권사로 하여금 적극적인 모험자본 공급을 촉진시키고자 '모험자본 공급의무'가 시행된다. 대기업·부동산에 편중됐던 증권사들의 자금을 생산적인 분야로 전환할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발행어음·IMA 사업을 하는 모든 증권사는 전체 운용 자산에서 25%에 상응하는 자금을 모험자본에 투자해야 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간 업계가 보수적인 태도로 모험자본 공급에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모험자본 의무투자 비율을 초과 달성함으로써 생산적 금융 확산에 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이삭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