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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바꿔 변화 알린 쿠팡… 책임경영 힘실어 신뢰회복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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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경 기자

승인 : 2025. 12. 11. 18:05

법무통 내세워 美본사 중심 사태 수습
소통 구조 재정비·리스크 관리 강화
17일 청문회서 대응 '큰그림' 나올 듯
쿠팡이 미국 본사에서 준법 경영과 법무를 총괄하는 임원을 대표로 교체한 배경에는 책임경영을 부각하는 동시에 조직 차원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이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창업 멤버가 물러나는 구조를 통해 개인 책임을 전면에 세우고, 김범석 의장에게 집중된 여론·정치권 압박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도 읽힌다. 아울러 미국 상장사로서 법률·규제 리스크를 본사 기준으로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글로벌 컴플라이언스 체계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미국 본사 출신 대표가 한국 특유의 규제 환경과 여론 구조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할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쿠팡의 창업 멤버인 박대준 대표가 물러난 것은 회사 차원에서 이번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강조하는 성격이 크다. 박 대표는 로켓배송과 플랫폼 구축 초기부터 회사 성장의 주요 축을 담당해 온 인물이다. 이런 핵심 인사가 직접 책임을 지는 형태를 취함으로써 회사는 이번 사안을 가볍게 넘기기보다, 향후 재발 방지와 전면적 점검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내부적으로도 개인정보 보호 체계, 기술 인프라,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던 만큼, 대표 교체는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담았다는 설명도 있다. 대내외적으로 개선 의지를 보여주는 '책임경영'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다.

또한 김범석 의장에게 집중된 대외 부담을 조정하고 소통 구조를 재정비하려는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국회는 김 의장에 대한 청문회 요구를 공식화했고, 정치권·여론 모두가 책임 소재를 의장을 향해 묻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런 국면에서 대표 교체는 김 의장에게 집중된 관심과 부담을 일부 분산시키고, 대정부·대국회 대응의 실무 라인을 새 대표 체제로 재정렬하는 효과를 낳는다. 대외 소통 창구를 다층적으로 나눠 안정성을 높이려는 경영 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다.

여기에 미국 본사 중심의 리스크 관리와 글로벌 기준의 대응 체계를 강화하려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새 대표 해럴드 로저스는 미국 로펌 시들리 오스틴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했고, 이후 통신기업 밀리콤에서 수석부사장 겸 최고윤리준법책임자(CCO)를 맡았던 법률·준법경영 전문가다. 2020년부터는 쿠팡Inc.에서 최고관리책임자(CAO)와 법률총괄을 맡아 본사 리스크 관리 체계를 총괄해 왔다. 글로벌 상장사로서 법규 준수·보안·컴플라이언스 체계를 본사 기준으로 일원화하고 대응력을 높이려는 의지가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특히 쿠팡은 지배구조상 미국 본사(쿠팡Inc.)가 국내외 법인을 100% 지배하는 구조이며 김범석 의장이 의결권 73.7%를 보유한 만큼, 본사 컨트롤과 글로벌 규범 준수가 향후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새 대표 체제는 미국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 효율을 높이고, 규제·법률 리스크를 본사 차원에서 보다 일관되고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과정의 일부로 해석된다. 향후 컴플라이언스 기능을 강화하고, 법률·보안 등 전문 조직의 재편이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새 대표가 미국 본사 출신이라는 점은 향후 운영 과정에서 일정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이 국내에서 겪는 규제 환경은 전자상거래법·개인정보보호법·노동정책 등 복합적인 요소가 얽혀 있고, 정치권과 여론의 반응 속도가 빠르며 기업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이런 특수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동일한 이슈라도 대응 방식의 미세한 차이가 소비자 감정이나 정치적 해석을 크게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 시장은 서비스 품질, 고객 응대, 지역 사회와의 관계 등 비재무적 요소가 기업 신뢰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구조여서, 이를 정교하게 관리하기 위한 현지 소통 역량이 요구된다.

새 대표 체제에서 쿠팡의 대응 방향성과 리더십 기조는 오는 17일 예정된 국회 청문회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로저스 대표는 이 자리에 참석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인식부 재발 방지 대책, 어떤 방식으로 조직과 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는 방향성까지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정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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