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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AP통신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들은 고급 수입차 대신 대폭 할인된 중국 브랜드 차량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산 차량들은 첨단 전자장비와 편의사양을 앞세워 소비자 취향을 공략하고 있으며,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중국 고급차 시장의 위축에는 장기화한 부동산 경기 침체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UBS의 중국 자동차 산업 리서치 책임자인 폴 공은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규모가 큰 소비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며 "부유층조차 부를 과시하는 데 점점 조심스러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구매 시 최대 2만 위안(약 418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소비자들은 할인 효과가 더 큰 중저가 차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 차량 대부분은 중국 브랜드다.
신용평가사 S&P 글로벌 레이팅스의 클레어 위안은 "경기 둔화가 프리미엄 차량 수요 감소의 핵심 요인"이라며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같은 전통적 고급 브랜드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S&P에 따르면 30만 위안 이상 차량으로 분류되는 중국 내 프리미엄 차량의 시장 점유율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두 배 이상 늘어 약 15%에 달했지만, 2024년에는 14%로 낮아졌고 올해 1~9월에는 13%까지 떨어졌다.
반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BYD를 비롯한 중국 제조사들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델을 빠른 속도로 출시하며, 프리미엄급 차량까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올해 1~11월 중국 브랜드의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약 70%에 달했다. 같은 기간 독일 브랜드는 12%, 일본 브랜드는 약 10%, 미국 브랜드는 6% 수준에 그쳤다. 비야디(BYD)는 이미 폭스바겐을 제치고 중국 내 최대 자동차 판매업체로 올라섰다.
유럽 업체들의 실적 악화도 이어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중국 판매량은 올해 7~9월 분기 기준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BMW와 미니 브랜드의 중국 판매도 올해 1~9월 11.2% 줄었다. 포르쉐와 애스턴마틴 역시 중국 시장 부진을 실적 압박 요인으로 꼽았다.
페라리는 올해 1~9월 중국 본토·홍콩·대만 지역 출하량이 13% 감소했는데, 이 기간 유일하게 판매가 줄어든 지역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올라 칼레니우스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과열 경쟁은 당분간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급차 수요 위축은 중고차 시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베이징의 한 포르쉐 매장에서 근무하는 리이는 "주행거리 2만㎞ 수준의 2024년형 파나메라가 95만 위안에 나와 있다"며 "신차 구매가는 140만 위안이었지만 지금은 그 가격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포르쉐뿐 아니라 벤츠, BMW, 벤틀리, 롤스로이스 모두 같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의 다른 중고차 상인들도 고급차 가격이 지난 1년간 크게 하락했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 11월 사상 처음으로 월 350만 대를 넘겼지만, 일부 지역에서 보조금이 중단되면서 내수 판매는 전년 대비 4% 감소했다. 베이징의 한 중고차 상인은 "요즘 누가 쉽게 지갑을 열겠느냐"며 "사람들이 소비에 훨씬 신중해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