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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교묘해지는 스파이활동… 21세기형 ‘여론 공작’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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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준 기자 | 김홍찬 기자

승인 : 2025. 12. 15. 17:55

중국업체, 친중·반미 성향 정보 유통
가짜뉴스 전파로 국내여론 분열 노려
英 관련행위 처벌 '국가안보법' 제정
전 세계 '법제화' 속 韓 대응책 시급
간첩의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형법 제98조(간첩법) 개정이 목전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새 간첩법으로 규제할 수 없는 새로운 공작 수법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진실을 조작해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여론을 만드는 '여론 공작(Influence Operation)'이 그것이다. 여론 공작은 특정 국가나 집단이 자신들의 정치·군사적 목적 등을 달성하기 위해 정보 수집, 여론 조작, 주요 인사 접촉 등의 활동을 은밀히 수행하는 걸 말한다. 특정 여론을 형성해 상대 국가 등 타깃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여론은 더 이상 순수하지 않다.

영국은 여론 공작으로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2022년 영국에서는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와 연계된 중국계 변호사가 의회 중진 의원들을 상대로 거액의 기부금을 제공하는 등 로비활동을 벌여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영국 정보기관 MI5는 의원들에게 해당 변호사의 실명을 공개하며 '접촉에 주의하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련 법안의 부재로 이 변호사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여론 공작은 상대국의 여론을 분열시켜 자국에 유리한 방식으로 끌고 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과정에서 가짜뉴스, 지도층 포섭, 정보 조작 등 갖은 수법이 횡행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을 활용한 가짜뉴스 배포가 주요 수법이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시도가 수차례 포착되고 있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은 2023년 11월 중국 홍보업체들이 한국 언론사로 가장해 만든 가짜뉴스 사이트를 적발했다. 중국 업체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216개의 가짜 언론 사이트를 만들어 친중·반미 성향의 정보를 유통하고 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여론 조작 사례도 발견됐다. 웨이보, 두인 등 중국 SNS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지난해 의료 파업과 물가 상승 등 한국 문제를 겨냥해 가짜뉴스를 통한 여론전을 시도한 것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따르면, 이들은 "한국 물가 급등의 원인은 정부가 미군 지원을 중시해서"라거나 "일본 배들이 2017년부터 3년간 한국 해역에 128만톤의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했다"는 식의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 이 같은 게시물이 올라오면 '50센트당'으로 불리는 중국 내 댓글 부대가 다수의 댓글을 작성하며 해당 내용을 확대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리의 법적 안전망은 전무하다. 형법 98조(간첩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으나 개정안에는 여론·가짜뉴스와 관련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여론 공작을 법제화한 주요국의 사례가 거론된다. 여론 공작으로 홍역을 겪은 영국은 2023년 국가안보법(National Security Act)을 제정했다. 간첩의 범위를 '외국 세력'으로 확대한 것이다.

미국 역시 1938년부터 외국 대리인 등록법(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 FARA)을 시행하고 있다. 외국 정부와 조직 등을 위해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외국 대리인'으로 정의해 등록하고, 이들의 관계와 활동 등을 공개하는 제도다. 호주는 2018년부터 외국영향투명성제도법(Foreign Influence Transparency Scheme Act)을 도입했다. 외국 정부를 대신해 호주에서 정치적 영향력 행사 활동 등을 수행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의무적으로 등록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 역시 국외 여론 공작에 대비한 법안으로 분류된다.
최민준 기자
김홍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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