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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결과, 별들에게 물어봐”… 불안한 미얀마, 주술·점성술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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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2. 22. 12:13

THAILAND-MYANMAR-VOTE-CULTURE-RELIGION <YONHAP NO-2007> (AFP)
지난 7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자택에서 미얀마 출신 점성술사 린 뇨 타야가 미얀마의 안녕을 기원하며 기도하고 있다. 오는 28일 시작되는 미얀마 총선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비판과 정국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얀마에서는 주술적 의례인 '야다야(Yadaya)'를 통해 국가의 운명을 바꾸거나 미래를 점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AFP 연합뉴스
오는 28일 시작되는 미얀마 총선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센 가운데, 미얀마 내부에서는 선거 결과나 국가의 운명을 예측하기 위해 점성술과 주술인 '야다야'에 의존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합리적인 정치가 실종된 자리를 초자연적인 믿음이 대체하면서, 군부 지도자와 저항 세력 모두가 '보이지 않는 힘'에 기대고 있는 모양새다.

22일(현지시간)AFP에 따르면 방콕에서 활동 중인 미얀마 출신 점성술사 린 뇨 타야(30)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묻는 것은 '미얀마가 언제쯤 나아질까'라는 질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2021년 미얀마 군부 쿠데타 직후, 쿠데타의 주범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저주하기 위해 칼과 촛불을 별 모양으로 배치하는 '9개의 검, 9개의 바늘' 의식을 행하고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했다가 악명 높은 인세인 교도소에서 2년여간 옥살이를 했다. 출소 후 방콕으로 망명한 그는 "사람들이 점성술과 야다야에 매달리는 건 안전과 미래에 대한 갈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얀마에서 점성술은 단순한 미신을 넘어 정치 깊숙이 개입해 왔다. 과거 독재자 네 윈 장군은 점성술사의 조언에 따라 차량 통행 방향을 갑자기 바꾸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숫자 '9'에 맞춰 화폐 단위를 변경해 경제 대혼란을 초래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미얀마의 실권자인 민 아웅 흘라잉 역시 미신에 심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수치 고문이 구금되고 야당이 해산된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총선이 군부 통치를 합법화하기 위한 요식 행위임에도, 군정이 길일을 택하거나 주술적 방어 기제를 작동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토마스 패튼 뉴욕 유니언 칼리지 교수는 "미얀마의 미신 의존은 저개발과 불안정성에서 기인한다"며 "믿을 구석이 없는 상황에서 1000년 넘게 이어져 온 오컬트 지식이 사람들의 의식에 스며든 것"이라고 진단했다.

흥미로운 점은 미얀마 달력 자문위원회가 내놓은 2026년 불교 신년 운세다. 공교롭게도 민 아웅 흘라잉과 아웅산 수치 전 고문은 모두 화요일에 태어나 사자자리에 속한다. 운세는 "반대에 부딪힐수록 더 성공할 것"이라며 "어디에 있든 특별한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는 감옥에 있는 수치 고문과 권좌에 있는 흘라잉 사령관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묘한 해석을 낳고 있다. 양곤의 점성술사 민 테인 쿄(73)는 "새해 미얀마의 잠재력은 긍정적이지만, 시간과 장소, 사람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며 "권력자들에게도 마음챙김과 도덕성, 지혜가 필요하다"고 뼈 있는 조언을 남겼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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