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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화되는 中 초단기 노동, 내수 진작 목표에는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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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5. 12. 22. 13:38

현재 중국은 디플레이션이 일상
당국의 내수 진작 목표는 이 때문
하지만 소비자들의 주머니는 텅텅
초단기 노동 일상화가 가장 큰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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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당국의 목표인 내수 진작이 노동시장의 안정화 없이는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을 주장하는 한 매체의 만평. 실제로 중국 노동시장의 초단기 노동은 내수 진작에 암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징지르바오.
중국 당정 최고 지도부가 최근 내년도 주요 경제 목표로 내건 내수 진작이 코로나19 팬테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유독 두드러지기 시작한 노동시장의 초단기 노동(긱 워크gig work)의 일상화로 인해 휘청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경제 전체가 부정적 영향을 받으면서 장기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도 농후할 것으로 보인다.

징지르바오(經濟日報)를 비롯한 매체들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최근 중국 경제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하의 물가 하락)을 뉴 노멀(새로운 표준)로 마주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부터의 국가통계국 발표가 이 사실을 잘 말해준다. 디플레이션의 장기화 조짐에 대한 우려가 절대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경제 당국은 이 분명한 현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지난 10∼11일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 주재 하에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가 내년의 최우선 경제 목표를 내수 진작으로 결정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초장기 특별 국채 발행 계획을 세운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할 수 있다.

당국의 계획대로만 흘러가면 중국의 내년 경제는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해야 할 올해보다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걸림돌이 하나둘이 아니다. 이중 가장 먼저 거론돼야 하는 것이 아마도 소비 주체들의 주머니가 평균적으로 텅 비어 있다는 사실이 아닌가 싶다. 특히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 경제를 견인한 소비 대군(大軍)이었다고 해도 좋을 MZ세대들의 형편은 영 말이 아니다. 과거의 영화가 언제였던가 생각될 만큼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요즘 이들에게 최고 미덕이 극한의 쥐어짜기 식 절약인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과거에는 쳐다보지도 않았을 한끼 5 위안(元·1050 원 ) 전후의 충구이타오찬(窮鬼套餐·거지세트)으로 한끼를 끼니를 떼우는 게 유행인 것은 바로 이 기가 막힐 현실을 확실하게 웅변해준다. 베이징의 새내기 직장인 리민루이(李敏磊) 씨가 "우리는 이제 과거의 소비 시대로 절대 못 돌아간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주머니 사정이 용납하지 않는다"면서 한숨을 내쉬는 것은 이로 보면 충분히 이해의 소지가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이처럼 MZ세대를 비롯한 거의 대부분 중국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텅 비게 된 이유는 분명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초단기 노동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현실과 직접적 관계가 있다. 2025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 8억 명의 30% 전후인 2억5000만 명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음식 배달원, 택배 기사 등이 대표적으로 이 부류에 해당하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과 수입의 안정성이 높을 까닭이 없다.

상황이 이러니 이들의 소비 행태가 더욱 극단적으로 치닫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내수에 큰 기여를 한다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이들의 수는 앞으로 줄어들기보다는 AI(인공지능)의 등장에 따른 전체 노동시장의 불안정성 탓에 빛의 속도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경우 전체 노동자의 40%를 넘어 50%에까지 근접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내수 진작 목표의 암적 존재인 초단기 노동의 일상화가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됐다고 단언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듯하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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