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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요양병원 간병 급여화 청사진은…경도요양병원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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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 기자

승인 : 2025. 12. 23. 10:00

환자들, 여가 프로그램 및 대인관계 높은 만족도
환자 인권 존중 '존엄케어' 급여화 방식 고민 중
중증환자 중심 개편 및 사회적 입원 줄여야
경도요양병원
이윤환 인덕의료재단 이사장이 지난 19일 경북 예천 경도요양병원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환자 안전성을 보장하면서도 밖을 볼 수 있는 방충망 겸 방호창을 소개하고 있다./보건복지부
국민 모두의 존엄한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보건복지부는 내년 3월부터 집에서 의료와 돌봄을 함께 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케어' 형태의 통합돌봄 사업을 전국에 확대해 실시하기로 하고, 의료적 처치 필요성이 높은 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환자들과 간병인, 돌봄과 의료의 역할을 수행하는 요양병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 19일 의료법인 인덕의료재단이 운영하는 경북 예천의 경도요양병원을 찾았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과 병원 관계자 및 복지부 관계자 등이 배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정 장관은 "고령화 때문에 의료 뿐만 아니라 돌봄 수요가 굉장히 많이 증가하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요양병원의 간병비를 급여화하는 사업 방향을 정했고, 어떻게 제도를 설계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약 500개소의 의료 중심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그동안 환자와 보호자가 전액 부담해 왔던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지원하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간병 급여로 간병비가 낮아지면 돌봄만 필요한 '사회적 입원환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하나는 '시차의 문제'다. 권병기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통합돌봄이 활성화돼 (요양병원에서 나간 환자들의) 지역사회 거주 여건이 만들어지는 시점과, 요양병원의 구조 전환이 이루어지는 시점이 제대로 맞지 않으면 이 분들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며 "급여화 대상 요양병원을 500개 정도 선정했을 때, (국민 누구나) 어디에서나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지역별 접근성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환자들
지난 19일 경북 예천 경도요양병원에서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과 환자들이 인터뷰를 갖고 있다./보건복지부
◇환자들 "요양병원 생활 만족"…여가 프로그램·대인관계서 높아
기자가 이날 찾은 경도요양병원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가득이었다. 경도요양병원은 '존엄케어'를 기치로 일본의 돌봄 시스템을 국내로 끌고 왔다. 무(無) 욕창, 무 와상, 무 낙상, 무 냄새, 탈(脫) 억제대, 탈 기저귀 등 이른바 '4무2탈'이 내부 방침이다. 그럼에도 이날 찾은 병원에서는 다른 요양시설과 달리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24시간 언제든 보호자들이 안심하고 환자를 만날 수 있도록 하고, 난동을 부리는 치매 환자들에게도 진정제 투약 대신 충분한 기다림과 대화를 통해 다른 재활환자들과도 공존할 수 있는 병원을 구현하기 위해 매 순간 노력한다는 게 병원의 설명이다.

정부가 환자 4명당 1명의 간병인 시스템 표준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이 곳은 환자 6명당 1명의 간병인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환자들은 병원 밖을 나설 때 작은 불편함이 있다면서도 대체로 만족감을 표했다. 지난해 1월 입원했다는 이계순씨는 "대소변 받는 사람이 5명~7명이어서 약간 불편한 점이 있다"면서도 "집에 있을 때보다 간호사, 간병사 선생님들이 친절해 심심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씨는 "노래자랑도 하고, 요리도 만들어 먹고 재밌는 프로그램들이 많다"고 미소를 짓기도 했다.

2021년 이 곳에 입원한 이관현씨도 만족하고 있다. 이씨는 "예전에는 욕창이 심해서 열도 났는데 이 병원에 와서는 다 나았다"며 "선생님들이 재활도 잘해주신 덕에 곧 퇴원할 것 같다"고 말했다. 50대인 배태환씨는 "예전에는 요양병원이 정말 나이 들어 가는 마지막 같았다면, 여기는 그런 이미지가 아니다"라며 "뇌출혈 때문에 이 곳에 왔지만, 환자 중심으로 운동을 잘 시켜줘서 이제는 빨리 나가서 더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나도 언젠가는 돌봄 대상"…중간 양로원 많아져야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데는 간병인들의 헌신적인 뒷받침이 있다. 간병인들 대부분은 같은 노인이다. 조성찬씨는 "봉사 정신이 없으면 돈을 아무리 줘도 못 하는 게 이 일"이라며 "교육을 많이 시켜주고, 직원끼리 융합이 잘 되는 점이 업무 만족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유급 특별 휴가'가 마련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놨다. 조씨는 "우리는 365일 24시간 당직으로 일하면서 쉬고 싶은 날은 자율적으로 무급으로 쉰다"며 "급여와 관계없는 휴가가 있으면 마음 편히 쉬고 올 수 있으니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별한 자격은 갖추고 있지 않았다. 정부는 기존에 간병인들이 일자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자격 요건을 최소화하는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

현장에선 지금의 요양원을 '중간 양로원' 형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윤환 인덕의료재단 이사장은 "대부분의 요양병원이 존엄케어를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환자 인권을 존중하기 위한 투자가 모두 적자 체제이기 때문"이라며 "간병 급여화는 이런 부분을 먼저 해소해 주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증환자 중심으로 요양병원을 개편하고, 환자 100명당 의사 1명 있는 병원 형태가 아닌 생활공간 중심의 중간 양로원을 만들고 간병인 기준을 완화해 돌봄만 필요한 사회적 입원환자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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