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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정, 28일 ‘반쪽 총선’ 강행…민간 정부 간판 노린 ‘사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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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2. 25. 11:32

MYANMAR-ELECTION/MILITARY <YONHAP NO-3175> (REUTERS)
2021년 2월 미얀마에서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민선정부를 전복하고 집권 중인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총사령관/로이터 연합뉴스
2021년 쿠데타 이후 5년 가까이 내전의 수렁에 빠진 미얀마 군사정권이 오는 28일부터 단계적 총선을 강행한다. 민주 진영을 철저히 배제하고 군부의 통제력이 미치는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군사 통치에 '민간 정부'라는 합법적 외피를 입히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로 해석된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와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는 총선을 총 3단계로 나누어 실시한다고 밝혔다. 오는 28일 1차 투표를 시작으로, 다음달 11일 2차 투표가 이어진다. 3차 투표 일정과 개표 결과 발표 시점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총선은 전국적으로 실시되지 못한다. 전체 330개 타운십(구) 가운데 군부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202개 지역(약 61%)에서만 투표소가 열린다. 나머지 128개 지역은 소수민족 무장단체나 시민방위군(PDF)이 장악했거나 교전이 치열해 선거 업무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군정이 전 국토를 행정적으로 장악하지 못했음을 자인하는 셈이지만 군부는 이를 '단계적 실시'라는 명분으로 포장해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번 총선은 아웅산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강제 해산된 무주공산에서 치러진다. 군정은 2023년 정당법 개정을 통해 2015년과 2020년 총선에서 압승한 NLD의 정당등록을 취소시켰다. 수치 고문을 비롯한 야권 지도부 대부분은 수감 중이거나 가택 연금 상태다.

현재 전국 단위 선거에 등록한 정당은 친군부 성향의 통합단결발전당(USDP) 등 6개에 불과하다. USDP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도 여당 역할을 했던 군부의 위성 정당으로, 이번 선거에 전체 후보의 20%에 달하는 1018명의 후보를 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최근 군부대를 방문해 "유권자들은 '탓마도(군부)'와 협력할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주문하기까지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의 최종 목표가 '민 아웅 흘라잉의 대통령 취임'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2008년 군부가 제정한 헌법에 따라 상·하원 의석의 25%는 군인에게 자동 배정된다. 여기에 USDP가 지역구 선거에서 일정 의석만 확보하면, 군부는 전체 의석의 과반을 손쉽게 장악할 수 있다. 미얀마 대통령은 상원·하원·군부 대표단이 각각 1명의 후보를 추천해 투표로 선출하기 때문에,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민 아웅 흘라잉이 '군복을 벗은 민간 대통령'으로 신분을 세탁하고 장기 집권의 길을 열게 된다.

군정이 무리하게 선거를 서두르는 기저에는 전장에서의 전략적 실패가 깔려 있다. 지난 2023년 10월 소수민족 무장단체의 대공세 이후, 군부는 샨주 북부와 라카인주 등 국경 요충지를 대거 상실했다.

무력으로 반군을 제압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군정은 전략을 수정했다. 통제 가능한 지역에서라도 선거를 치러 '선출된 정부'라는 명분을 확보하고, 이를 근거로 국제사회에 합법적 대표성을 주장하려는 것이다. 로이터는 이를 두고 "전장에서 할 수 없었던 통제를 투표용지를 통해 달성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국제사회의 시선은 극명하게 갈린다. 유엔(UN)과 미국, 영국 등 서방 진영은 이번 선거를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사기극"으로 규정하고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군정은 중국과 러시아, 인도 등 인접 대국 및 우방국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얀마 내 자국 이권 보호와 국경 안정을 위해 군부의 선거 로드맵을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모양새다. 민 아웅 흘라잉이 올해 들어 중국과 러시아를 연이어 방문한 것도 이러한 외교적 포석의 일환이다.

조 민 툰 군정 대변인은 "이번 선거는 미얀마 국민을 위한 것이지 국제사회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외부의 평가는 상관없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국민통합정부(NUG) 등 저항 세력이 선거 무효를 선언하고 투표소 공격 등 강력한 저항을 예고하고 있어 투표일 전후로 유혈 사태가 격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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