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로 하나로 버티고 지하철 화장실 이용
무국적으로 분류돼 지원 대상 제외
법무부 차원의 처우 논의도 흐지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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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반대편에는 부엌과 화장실이 한데 모여 있었다. 수도꼭지를 돌려도 물은 나오지 않았다. 영하의 날씨에 수도가 얼어붙은 탓이다. A씨는 "물을 조금씩 틀어놨는데도 날이 추워 소용이 없더라"며 "며칠째 씻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변기도 마찬가지다. 겨울이 되면 그가 사용할 수 있는 건 수백미터 떨어진 지하철역의 공용 화장실뿐이다.
말을 이어가던 A씨는 연신 숨을 헐떡거렸다. 고질적인 심장병 때문이다. A씨는 "원래도 숨이 가쁘지만 겨울이면 말할 때마다 턱끝까지 숨이 차오른다"고 했다. 그의 등 뒤로 수많은 약과 약 봉지가 눈에 띄었다.
A씨는 탈북민이다. 북한에서 나고 자란 그는 2010년 북한을 빠져나와 2013년 한국에 입국했다. 그런 그에겐 외국인 등록증이 지급됐다. 그의 국적은 'Stateless(무국적)'라고 표기됐다. A씨의 부모가 화교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 출신과 관계없이 화교를 탈북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평생을 북한에서 지낸 A씨는 중국어를 전혀 하지 못한다.
헌법상 탈북민은 국민으로 인정돼 국민과 동일한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취업 등 국내 활동도 자유롭다. 무국적자로 분류된 A씨는 예외다. 국가 기초생활보장제도나 주거·의료 지원은 물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각종 에너지 바우처나 공공 지원 제도 역시 적용되지 않는다. 건강보험도 내국인의 2배에 가까운 금액을 지출하고 있다. 비자 문제로 취업도 하지 못해 소득도 얻지 못한다. 그는 현재 교회와 탈북민 단체의 지원으로 겨우 생활하고 있다.
A씨가 국가 복지 대상으로 분류되기 위해선 국민 지위를 받거나 최소 '정식 무국적자'로 인정돼야 한다. 국내 국적 심의 분야 한 전문가는 "A씨는 국적 판정을 할 수 없어 일단 무국적자로 분류된 상태"라며 "법적으로 무국적자 지위를 받기만 해도 복지의 테두리 안에 들어오는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투데이는 지난 7월 14일 자 <[단독]목숨 걸고 힘겹게 밟은 한국땅… "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에서 A씨와 같은 무국적 탈북민의 현실을 단독 보도했다. 이후 법무부와 국적심의위원회는 탈북 화교의 처우에 대한 논의를 약속했고, 지난 11월 실제 논의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뚜렷한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탈북 화교 관련 내용이 위원회 안건으로 정식 상정된 바 없다"고만 밝혔다. 내부 논의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이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추가 논의에 나설지 역시 불투명하다. A씨는 "탈북 당시에도 겨울이었다. 날이 추워지면 북에 놔두고 온 자녀들이 생각난다"며 "죽기 전에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그걸 알고 싶다"고 고개를 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