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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오년 맞아 되짚는 카자흐 민족과 ‘말’의 역사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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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아스타나 통신원

승인 : 2026. 01. 02. 10:34

전쟁의 상징 아닌 삶의 방식으로 자리한 카자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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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마/AP 연합뉴스
2026년 병오년을 맞아 카자흐 민족과 말의 관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광활한 유라시아 초원 지대에서 전통적으로 유목생활을 이어온 카자흐인에게 말은 단순한 가축을 넘어 이동과 생존, 경제와 문화, 나아가 세계관을 형성해온 핵심 요소로 자리해왔다.

카자흐스탄 매체 카즈인폼(Inform.kz)은 1일(현지시간) 병오년을 맞아 유목민인 카자흐인과 말의 공생 관계를 조명했다.

수천 년 동안 말은 카자흐 유목 사회의 핵심 요소였을 뿐 아니라, 역사적 세력 확장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극심한 기후 변화와 광대한 초원 지형 속에서 말은 이동 수단이자 생계 수단으로 기능했으며, 공동체를 유지하는 기반 역할을 담당했다.

아이벡 샬김베토프 역사학자는 "카자흐 언어와 민속 신화 속에는 말을 지칭하는 단어가 10개 이상 존재할 정도로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카자흐어에는 말의 성장 단계와 용도에 따라 다양한 명칭이 존재하며, 이는 유목민 생활 방식이 언어에 반영된 결과로 평가된다.

그는 "유라시아 초원의 기후 조건은 초식 동물에게 극한 환경이었지만, 말은 스스로 먹이를 찾고 뛰어난 기동성을 갖춘 덕분에 자연스럽게 유목민 생존의 핵심 자원이 됐다"며 "유목 생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기마 문화는 이동력과 전투력을 동시에 높여 초원 세력 확장에 직접적인 기여를 했고, 이로 인해 말은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며 "우수 혈통의 말과 빠른 경주마는 주인의 명성을 드높였고, 이는 부족과 지역의 전설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악잔 알티바예바 카자흐스탄 민족총회 위원장은 "카자흐 유목문화는 인간과 말의 긴밀한 교감 속에서 형성됐다"며 "말 타기를 통해 청년들에게 인내와 용기, 책임감이 전수됐다"고 말했다. 이어 "말은 결혼과 출정, 장례 등 삶의 중요한 의식에서도 중요한 존재였으며, 말에 대한 예우와 전통적 금기, 말이 재난으로부터 주인을 보호한다고 믿는 관념 역시 영적 유산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은 카자흐스탄뿐 아니라 키르기스스탄, 몽골,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전반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다만 같은 '말의 문화'라도 민족별로 그 의미와 비중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키르기스 민족 역시 기마 문화의 전통이 강한 민족으로 꼽히지만, 상대적으로 산악 지형이 많은 생활 환경 탓에 말과 함께 야크(산악 소), 양 등 다양한 가축이 병행돼 활용됐다. 몽골의 경우 말이 국가 정체성과 제국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카자흐와 유사한 면이 있지만, 기마 문화가 군사·정복 중심의 역사 서사와 강하게 결합돼 있다는 차이가 있다.

반면 카자흐 민족에게 말은 광활한 초원 지대에서 계절마다 이동해야 했던 생활 조건 속에서 전쟁보다 일상과 공동체 유지를 가능하게 한 존재로 기능해왔다. 이 때문에 말은 단순한 교통수단이나 군사 자산을 넘어, 삶의 방식 자체를 규정한 존재로 평가된다.

현재 카자흐스탄에서는 전통 기마 경기와 민속 축제, 문학과 예술을 통해 말 문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토종 말 품종 보존 사업과 함께 멸종위기 야생마인 프제발스키 말(현지명 '케르쿨란') 복원 사업도 추진되며, 말의 생태적·역사적 가치에 대한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김민규 아스타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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