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증가폭 크게 축소…신용대출은 다시 늘어
연초 대출 재개에도 당국 고강도 관리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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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총량 목표치 준수를 위해 가계대출을 사실상 틀어막았던 은행들은 새해를 맞아 대출 영업 재개에 나서는 모습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반복되는 '연말 대출 절벽' 현상을 막기 위해 연초부터 관리에 나서는 분위기인 만큼, 올해 역시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 합계는 767조67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734조1350억원)보다 4.57%(33조5431억원) 증가한 수치다. 2024년 가계대출 증가율 6.03%(41조7256억원)과 비교하면 약 1.5%포인트 낮아졌다. 작년 12월 가계대출 증가폭을 보면 전월 대비 0.06% 감소(-4563억원)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전월보다 줄어든 것은 지난해 1월(-4762억원) 이후 처음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둔화가 두드러졌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611조6081억원으로, 전년 말(578조4635억원) 대비 5.73%(33조1447억원) 늘었다.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9.17%(48조5713억원)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3%포인트 넘게 낮아진 것이다.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상반기 월평균 3~4조원대 증가폭을 유지하다 부동산 경기가 정점에 달했던 6월에 5조7634억원 급증했다. 그러나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6·27 부동산 대책과 서울 전역 및 수도권 핵심 지역을 전면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10·15 부동산 대책을 잇달아 내놓자 하반기 주담대 증가폭은 1조원대로 크게 축소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전월 대비 3224억원 증가하는 데 그쳐, 2024년 3월(-4494억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용대출은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2024년 한 해 동안 2.71% 감소(-2조8819억원)했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32%(1조3653억원) 늘어난 104조9685억원으로 집계됐다. 높아진 주담대 문턱을 우회해 신용대출로 주택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데다, 증시 활황에 따른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 투자 대기 자금으로 여겨지는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674조84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42조7749억원 급증했다. 이는 전년 증가폭(14조4855억원)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반면 기준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예·적금 금리가 낮아지면서 정기예금 잔액 증가폭은 전년(77조7959억원)보다 크게 줄어든 12조1946억원에 그쳤다.
새해 대출 한도가 초기화되면서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대출 빗장을 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주담대와 신용·전세자금대출 관련 타행 대환대출을 재개했으며, 신한은행도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전세자금대출과 MCI(모기지신용보험) 가입 접수를 다시 받기로 했다. 하나은행 역시 같은 날부터 생활안정자금 용도의 주담대를 재개했고, 우리은행은 영업점별 가계대출 판매 한도를 해제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연초 가계대출 급증이 연말 대출 절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올해는 초반부터 고강도 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13일 전후로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은행권에 공격적인 대출 영업을 자제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다음 달 확정될 각 은행의 새 대출 총량 목표치도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약 4%)의 절반 수준인 2% 안팎에서 설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생산적 금융 전환 기조에 따라 새해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선이 기존 15%에서 20%로 상향되면서, 은행들의 주담대 공급 여력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특정 시기에 대출 쏠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은행 차원에서도 면밀히 관리할 예정"이라며 "DSR 규제와 부동산 규제 등 강도 높은 정책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예년처럼 대출이 급증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