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과학 분야 예산 삭감으로 국제 협력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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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보건의학연구위원회(NHMRC)는 지난해 시행한 ‘아이디어 보조금’ 공모에서 접수건 중 90% 이상을 거부했다.
‘아이디어 보조금’은 혁신적인 의료 연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지원금 신청 총 2347건 중 190건의 프로젝트만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신청 성공률은 8.1%에 불과하다. 전년의 10.1%보다 낮다. 이런 상황에서 우수 평가를 받고도 자금이 부족해 진행이 되지 않는 프로젝트도 있다.
2014년 설립된 의료연구미래기금(MRFF)은 250억 호주달러(약 24조1400억원)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연구 지원금으로 집행하는 금액은 미미한 수준이다.
MRFF는 연간 10억 호주달러(약 9700억원)를 연구기관 지원금으로 배분할 계획이었으나 실제 집행한 금액은 약 6억5000만 호주달러(약 6300억원)에 그쳤다.
의회 예산국에 따르면 연간 배분액을 기존보다 2배 이상 늘려도 10년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지만, 정부는 임의적 상한을 유지해 연구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호주의 과학 분야를 재정적으로 지원해 온 미국의 정책 변화 역시 연구자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026년 예산안에서 미국 국립보건원(NIH) 예산을 약 40% 삭감(약 180억~200억 미국달러)하고,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을 약 56% 줄이는 등 과학 연구 지원을 대대적으로 축소했다.
기후 변화, 감염병, 암 치료 등 분야에서 미국 기관들과의 협력에 의존해 온 호주 과학자들은 이로 인해 수백만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중단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했다.
실제로 호주 연구자들이 NIH로부터 지원받아 오던 감염병 연구 자금이 끊기면서 말라리아, 결핵, 여성 건강 관련 프로젝트가 일시 중단됐고 일부 연구소에서는 자금난으로 직원들이 해고됐다.
호주의 주요 대학 그룹인 ‘그룹 오브 에이트(Go8)’는 “미국은 호주 대학의 가장 큰 국제 연구 파트너인데 Go8 대학들이 호주 전체 대학 연구의 약 70%를 담당하는 상황에서 이런 정책은 의료와 국방 연구 협력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연구자들은 미국 정부로부터 연구가 미국 이익에 부합하는지 증명하라는 요구를 받았고, 48시간 내 응답을 강요받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호주 과학자들의 경력 불안정이 가중되고 인재 유출이 우려되는 가운데 호주과학아카데미(AAS)는 미국 과학자들을 유치하는 프로그램을 신설해 연구 자금과 비자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3개월새 75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호주 야권에서는 MRFF 자금을 더 적극적으로 풀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스티브 웨슬링 NHMRC 최고경영자(CEO)는 자금 집행에 소극적인 것을 두고 “수요 증가와 대형 프로젝트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2026년 예산 논의에서 이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본다. 이들은 자금 배분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호주 의료 분야의 국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