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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산업 흔들리자…시중銀 녹색채권 발행도 ‘뒷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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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6. 01. 05. 18:16

5대銀 원화 녹색채권 발행 감소…전년比 1200억원 ↓
업황 부진에 자금수요 위축…금리 이점 약화 영향도
정부, K-택소노미 개정·수수료 면제로 여건 개선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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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이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위해 발행하는 녹색채권 발행액이 1년 새 1000억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통해 친환경 전환을 강조해온 행보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경기 둔화와 투자 위축으로 기업들이 친환경 사업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자금 수요가 줄어든 데다, 까다로운 인증 절차와 사후 보고 의무 등이 발목을 잡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올해 녹색채권 활성화를 위해 녹색금융의 기준이 되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개정하고, 한국거래소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각종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이 발행한 원화 녹색채권 규모는 1조4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4년 발행 규모(1조1200억원)보다 약 290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발행 기관 수도 늘었다. 2024년에는 국민·신한·우리·부산·산업은행 등 5개 은행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BNK경남은행과 IBK기업은행이 발행에 나서며 총 7개 은행으로 확대됐다.

다만 국책은행과 지방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의 발행 규모는 오히려 감소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은행이 5000억원으로 가장 많은 녹색채권을 발행했고, BNK부산은행이 30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 우리은행은 각각 1500억원씩 발행했으며, 이어 신한은행 1000억원, BNK경남은행 600억원 순이었다.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원화 녹색채권을 발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해 발행한 원화 녹색채권 규모는 총 4000억원으로, 전년(5200억원)보다 120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지난해 친환경 산업의 부진으로 인한 자금 수요 감소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통상 은행들은 대형 친환경 프로젝트에 빌려줄 대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녹색채권을 발행한다. 하지만 작년에는 재생에너지 산업의 침체와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 등 업황 악화로 대규모 자금조달 필요성이 낮았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맞춰 녹색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왔지만, 그간 친환경 산업 침체가 이어지면서 수요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도 "녹색채권은 관련 대출과 매칭돼야 하는데, 지난해에는 녹색채권 발행으로 이어질 만큼 규모가 큰 대출 수요가 없었다"며 "올해는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해 발행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금리 이점이 약화된 점도 발행 위축 요인으로 꼽힌다. 기준금리 인하로 녹색채권과 일반 채권 간의 금리 격차가 좁혀지면서, 까다로운 인증 절차와 사후 보고 의무만 남았다는 지적이다. 기술 검증과 보고 절차에 들어가는 비용이 채권 발행 메리트를 사실상 상쇄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정부는 자금 조달 여건을 개선하고 투자 유인을 확대하기 위해 최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개정했다. 재생에너지 관련 경제활동을 세분화하고,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경제활동을 신설하는 등 기존 84개였던 경제활동을 100개로 확대했다. 이를 통해 기술 개발과 사업 전략 수립, 금융상품 설계 등에도 녹색채권으로 조달한 자금 사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국거래소 역시 한국형 녹색채권 상장 수수료 면제 시한을 올해 말까지 1년 연장하기로 했다.

김지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각 금융사들도 단순한 녹색금융을 넘어 전환채권(향후 친환경 사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채권)과 산업별 KPI 연동 대출 등 전환금융 상품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금융 기능을 강화해 산업·기술별 금융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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