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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관리비는 꼬박꼬박…고장 나니 ‘자기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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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승인 : 2026. 01. 11. 20:49

원룸·다가구 주택서 관리 책임 두고 공방
주택임대차 분쟁조정 신청건 5년 새 700건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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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외벽에 원룸 월세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전원준 기자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박건호씨(28)는 지난해 1월 원룸에 입주한 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세탁기가 고장 나는 일을 겪었다. 박씨가 임대인에게 세탁기 수리를 요청하자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하자 원인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당장 세탁이 필요했던 박씨는 사설 수리 업체를 불렀다. 이후 임대인의 요구에 따라 수리비 40만원을 절반씩 분담했다. 박씨는 "매달 관리비를 내고 있는데도 고장이 나면 세입자가 먼저 돈을 내야 하는 구조"라며 "관리비에 무엇이 포함되는지 설명을 들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불만은 다른 세입자에게서도 나왔다. 서울 관악구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B씨는 지난해 12월 입주 전 에어컨 상태가 심각하게 오염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청소업체가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며 사용하지 말라고 할 정도였다"며 "집주인에게 알렸지만, 교체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목과 피부 관련 질환이 반복돼 환풍기 필터를 직접 부착해 생활하고 있다.

매달 관리비를 내고 있지만 정작 집 안 시설에 문제가 생기면 비용 부담은 세입자 몫으로 돌아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관리비 항목과 관리 범위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원룸·다가구 주택에서 비용은 고정적으로 청구되나 관리 책임은 흐려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주택·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주택임대차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2020년 44건에서 2023년 665건, 2024년에는 709건으로 급증했다. 이러한 문제의 배경에는 원룸·다가구 주택 관리비에 대한 제도적 공백이 있다. 해당 주택 유형은 공동주택 관리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관리비 항목의 표준이나 산정 기준, 명세서 교부 의무, 관리 범위에 관한 규정이 없다. 관리비가 공용 전기·수도 등을 포함한다는 설명은 있지만 세탁기나 보일러 등 실내 시설의 수리가 관리 대상에 포함되는지는 임대인 판단에 맡겨지는 경우가 많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원룸·다가구 등에서 발생하는 관리비 문제 해결을 위해 집합건물 관리체계의 민주적 구성과 제도 개선, 실태 파악이 중요하다"며 "종합적인 해결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9일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해당 법안은 공동주택관리법상 의무관리대상이 아닌 공동주택에 대해서도 임대인이 관리비 총액과 항목별 산정 기준을 임대차계약서에 명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관리비를 받는 구조 자체가 일정 수준의 관리 책임을 전제로 한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정보 앱 집품 관계자는 "문제가 임차인의 사용 과실이 아니라 임대인이 원래 부담해야 할 하자라는 점이 핵심"이라며 "입주 시 하자가 발견되면 바로 통보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리비 항목과 관리 범위가 불분명한 구조에서는 같은 분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계약 단계에서 관리비에 포함되는 관리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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