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비은행·글로벌·AI로 성장판 확대
신한, 조직 쇄신·현장 실행력에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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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리딩금융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일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나란히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핵심 비전을 제시했다. 두 그룹 간 순익 격차가 지난해 들어 더욱 벌어진 가운데, 1위 수성을 노리는 KB금융과 탈환을 노리는 신한금융 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 접어든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전환과 확장에 기반한 새로운 사업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공지능 전환(AX)과 금융 구조 변화 흐름 속에서 사업 방식을 환경 변화에 맞게 전환하고, 새로운 고객과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사상 첫 '순익 6조 클럽' 등극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새롭게 확보해 리딩금융 지위를 굳히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반면 2기 체제에 돌입하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그룹 경영진들에게 강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한 혁신을 주문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과 KB금융과의 격차 확대 속에서 위기의식이 커진 만큼, 리더들이 책임 의식을 갖고 디지털 전환과 미래 전략 사업 선점, 생산적 금융 대응 등 당면 과제를 추진력 있게 이끌어야 한다는 취지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9일 그룹 경영진 2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상반기 경영진 워크숍을 열고 '전환과 확장'을 주제로 올해 경영전략 방향과 실행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워크숍은 올해 경영계획 발표를 비롯해 BM(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위한 WM(자산관리)·SME(기업금융) 세션과 경제 전망 및 AI(인공지능) 기술을 주제로 한 외부 전문가 초청 강연 등으로 구성됐다.
이날 KB금융은 사업 포트폴리오 정비에 집중했던 '빌드업' 단계와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에 초점을 맞췄던 '밸류업' 단계를 넘어, 그룹 역량을 글로벌 금융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레벨 업' 단계로 나아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 핵심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과 사업에 도전해 신규 수익 기반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AI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도 이어졌다. KB금융은 황석희 번역가와 조승연 작가, 유튜버 '궤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다가오는 AI 시대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양 회장은 이날 "AI 기술을 전략적 무기로 삼고, 임직원 모두가 전략가이자 혁신가로 거듭나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올해는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은 만큼,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면서도 신사업과 AI 전환 등 새로운 도전 역시 병행하겠다는 것이 양 회장의 구상이다. 특히 연임이 걸린 임기 3년 차에 접어든 상황에서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해 리딩금융 수성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KB금융을 제치고 3년 만에 리딩금융 등극을 노리는 신한금융의 각오도 남다르다. 신한금융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경기 용인에 위치한 신한은행 블루캠퍼스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열었다. 기존 1박 2일로 진행하던 회의 일정을 올해는 하루 더 늘려, 그룹 혁신을 위한 끝장 토론을 벌였다는 설명이다. 진옥동 회장은 이번 회의를 별도 사회자 없이 직접 주재하는 등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진 회장은 이번 회의에서 경영진들에게 혁신 추진에 대한 '주체적 사고'와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직의 미래를 위해 리더들이 강한 실행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앞서 진 회장은 올해 경영 슬로건으로 '그레이트 챌린지 2030, 미래 금융을 향한 대담한 실행'을 제시하며 "인력과 조직, 평가 체계 전반을 강화해 실행력을 높여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이번 2박 3일 일정에서는 경영진 스스로 혁신 실패 사례를 진단하고, '진짜 혁신'을 위한 올해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논의가 이어졌다. 리더의 신언서판(身言書判·인재를 평가하는 네 가지 기준)을 주제로 한 글쓰기와 이미지 메이킹 특강도 진행됐다. 독서 토론에서는 SK하이닉스 전직 임원들이 집필한 '신뢰게임'을 다뤘다. 이 책은 국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오랜 기간 2위에 머물렀던 SK하이닉스가 AI 시대의 주역으로 도약한 과정을 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신한금융의 현 상황에 빗대 진 회장이 리딩금융 탈환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진 회장이 연임 후 첫 경영전략회의에서 경영진들에게 '진짜 혁신'을 강조한 것은 리딩금융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실행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KB금융과의 순익 격차가 2023년 2639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6608억원으로 벌어진 상황에서, 구호에 그치는 혁신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메시지로 풀이된다. 앞서 진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서도 "기존의 관성에 머물러 있다면 미래 금융의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