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자의눈] 사모펀드의 기업 경영, 빛과 그림자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113010006074

글자크기

닫기

이지선 기자

승인 : 2026. 01. 13. 18:22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영장실질심사 출석<YONHAP NO-2915>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1000억원대 사기 혐의를 받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위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
기업이 대규모 자본을 필요로 할 때, 재무적 투자자의 대표 주자인 사모펀드가 등장하곤 한다.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평가를 받는 MBK파트너스는 초기 한국 자본시장에서 독자적 자본으로 경영권 인수에 나서며 성장해왔다. 위기에 빠진 기업에는 백기사 역할을 자처했고 어떤 기업에는 사실상 적대적 자본, 흑기사로 인식되기도 했다.

설립 20여 년이 지난 현재, MBK파트너스는 여러 사법 리스크의 중심에 서 있다. 홈플러스의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경영 과정에서 '자금 회수 중심' 운영을 펼쳐왔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이번에는 김병주 회장까지 구속 기로에 놓일 정도다.

이는 사모펀드식 경영의 명암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단기간에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투자 성과를 내는 데는 강점이 있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이해관계자들의 피해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이 같은 논란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MBK파트너스가 최근 국가 기간산업으로 분류되는 핵심 광물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주체이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대주주인 영풍은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MBK파트너스와 경영협력계약을 맺었다. 영풍은 경영권 분쟁에서 성공하더라도 사실상 주요 경영진에 MBK파트너스 측 인사들이 포진하는 구조다. 그러나 MBK를 둘러싼 최근 사법 리스크와 과거 경영 행보가 부각되면서, 결국 영풍은 여론전에서 다소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며 소모적인 법적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주주총회 효력, 의결권 행사 등을 둘러싼 관련 소송만 20여 건을 넘기고 있어서다. 이는 주요 의사결정에 소요되는 시간을 늘리는 등 경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점차 고개를 든다.

홈플러스 사태 관련 사법 리스크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맞물리며, 이번 사태는 단순한 주주 간 힘겨루기를 넘어 어떤 자본이 기업을 운영할 것인지를 묻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영풍이 '경영 정상화'를 명분으로 MBK파트너스를 백기사로 선택했지만, 이 선택이 명분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어서다.

그리스 신화 속 크로노스는 권력을 지키기 위해 자식들을 삼켰고, 그 선택은 결국 자신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단기 성과를 앞세워 기업의 장기 가치를 희생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온 MBK파트너스의 경영 방식이 고려아연에서도 반복된다면, 영풍이 내세운 '경영 정상화'라는 주장 역시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방은 이제 지분율이 아니라, 그 선택이 만들어낼 명분의 무게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지선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