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정용진 ‘현장’ 신동빈 ‘관리’… 다른듯 닮은 위기돌파 리더십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120010009172

글자크기

닫기

정문경 기자

승인 : 2026. 01. 19. 18:14

신세계 정용진, 스타필드서 현장 경영
롯데 신동빈, 사장단회의서 성과 강조
고객 집중·내실 초점 접근법 다르지만
온라인 거센 공세 대응 유통 혁신 고삐
유통업계를 이끄는 두 수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연초부터 상반된 리더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회장이 현장을 누비며 오프라인 경쟁력 재정의에 나서는 반면, 신 회장은 조직과 사업 구조를 먼저 손보며 수익성과 효율 중심의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기존 유통 모델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위기 인식만큼은 공통적이다.

이 같은 판단의 배경에는 소비 둔화가 상시 국면으로 굳어지고, 온라인·플랫폼 중심의 유통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과거처럼 점포를 늘리고 외형을 키우는 방식만으로는 성장이 어렵고, 쿠팡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장악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정 회장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현장에서 해법을 찾는 전략을 택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16일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에 위치한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을 찾아 "고객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걸 넘어 고객 삶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고객 접점을 창조한 이곳이 바로 모범 사례"라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 현장경영이다. 앞서 스타필드마켓 죽전점을 찾은 지 열흘 만에 다시 현장을 찾으며, 말보다 실행이 먼저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은 기존 복합쇼핑몰 공식에서 벗어난 실험이다. 차를 타고 일부러 찾아가는 대형 몰이 아니라,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들어선 '문 앞 복합쇼핑몰'이라는 점에서 출발부터 다르다. 성과도 빠르게 나타났다. 지난달 5일 개장한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은 한 달여 만에 방문객 100만 명을 넘어섰다. 방문객의 70% 이상은 인근 거주민이다. 재방문율은 40%에 달한다. 단순 유입보다 체류와 반복 방문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 밀착형 리테일 모델이 일정 수준 검증됐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오프라인 점포를 '물건을 파는 장소'가 아닌, 고객이 머무르고 체험하는 생활 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실적 흐름과도 맞물린다. 이마트는 지난해 본업 중심의 체질 개선과 비용 구조 개선 효과가 가시화되며 실적 반등 국면에 진입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마트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471억원) 대비 약 9배 늘어난 44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올해는 단순 회복을 넘어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다. 오프라인 경쟁력 회복과 함께 지마켓·쓱닷컴 등 온라인 사업 투자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스타필드 빌리지와 같은 실험이 단기 흥행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 수익 모델로 안착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정 회장이 '패러다임 시프트'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이유다.

같은 위기 인식 속에서 신동빈 회장은 다른 해법을 택했다. 신 회장은 지난 15일 열린 상반기 사장단회의(VCM)에서 "익숙함과의 결별 없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수익성 중심 경영 전환을 선언했다. 외형 확대보다 투자 대비 성과가 검증되는 구조를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메시지다.

신 회장의 행보는 관리와 구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롯데는 9년간 유지해 온 사업총괄(HQ) 체제를 폐지하고, 계열사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중앙 통제 방식에서 벗어나, 각 계열사가 성과에 직접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했다. 투자 판단 기준으로는 투자자본수익률(ROIC)을 전면에 내세웠다. 유통 부문 역시 무분별한 점포 확대 대신 선택과 집중 전략이 예고된다. 수익성이 낮은 점포는 정리한다. 경쟁력 있는 점포에는 효율 개선과 자원 재배치를 통해 내실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정문경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