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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국과 거래시 캐나다에 100% 관세”...트럼프가 흔든 깃발, 시진핑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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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1. 25. 02:07

트럼프, 카니 총리의 대중국 '이탈'에 관세 보복 위협
블룸버그 “규칙 기반 질서 붕괴, 중견국 위험분산 부르고, 시진핑 영향력 확대"
"신뢰할 수 없는 미국" 피해 각자도생 나선 동맹국들
CANADA-POLITICS/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2일(오른쪽) 캐나다 퀘벡주 퀘벡시의 시타델에서 열린 내각 기획 포럼에 앞서 퀘벡 겨울 카니발의 마스코트인 보뇰 카르나발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캐나다가 중국과의 무역 합의를 이행할 경우 캐나다산 수입품 전 품목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북미 동맹의 균열을 넘어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이 미국의 안보 공약에 의문을 품고 '각자도생(Hedging)'에 나서게 만드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트럼프 "중국과 거래하면 100% 관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캐나다가 중국과 협정을 체결하면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캐나다산 상품과 제품에 즉각 100%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니 총리를 미국의 주지사로 지칭하면서 "카니 주지사가 캐나다를 중국이 미국으로 상품과 제품을 보내는 '중계항(Drop Off Port)'으로 만들려고 생각한다면, 그는 크게 실수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캐나다의 기업과 사회 구조, 그리고 전반적인 생활 방식 등을 포함해 캐나다를 완전히 집어삼켜 산 채로 먹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CHINA-BEIJING-XI JINPING-CANADA-PM-MEETING (CN)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16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신화·연합
◇ 캐나다의 '결별'과 베이징 합의

이번 갈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카니 총리가 지난 16일 캐나다 총리로서 8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회담한 후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기조와 결이 다른 무역 합의에 서명한 것이다.

캐나다는 미국과 보조를 맞춰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던 100% 징벌적 관세를 일부 완화, 4만9000대에 대해 약 6%의 저율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상응 조치로 중국은 캐나다산 카놀라(유채)에 대한 고율 관세를 대폭 인하하고, 기타 농산물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중단하기로 했다.

아울러 중국은 캐나다 국민에 대해 비자 면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카니 총리는 "변화하는 세계 질서에 적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합의는 캐나다 외교 정책의 선회를 알리는 신호이자,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어젠다와의 확고한 결별을 보여준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해석했다.

Davos Canada Carney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AP·연합
◇ 트럼프-카니, 다보스 포럼 충돌과 '평화위' 축출

갈등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확전됐다. 카니 총리는 20일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 않은 채 "강대국들이 경제 통합을 무기화하고, 관세를 지렛대로 쓰며, 금융 인프라를 강압 수단으로, 공급망을 악용 가능한 취약점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니 총리는 "국제 규범에 기반한 질서(Rules-based Order)는 사실상 끝났다"며 미국과 중국 사이의 '중견국(Middle Powers)'들이 생존을 위해 독자적인 협력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해 기립 박수를 받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연설에서 "캐나다는 미국 덕분에 존재한다"고 주장했고, 이어 22일 서한을 통해 자신이 주도하는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 초청 대상에서 캐나다를 공식 제외한다고 통보했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카니 총리는 22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캐나다는 미국 덕분에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캐나다인이기에 번영하는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트럼프 다보서 연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AFP·연합
◇ 블룸버그 "돈로독트린 패러독스의 현실화"

이러한 사태의 이면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 변화와 이에 따른 동맹국들의 전략 수정이 자리 잡고 있다.

블룸버그는 '통제 풀린 트럼프가 시진핑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기사에서 현재 상황을 '돈로 패러독스(Donroe Paradox)'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서반구 및 동맹권에서 중국을 배제하려 강압할수록, 주변국들이 생존을 위해 오히려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돈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도널드'와 1823년 유럽의 아메리카 대륙 간섭 배제를 선언한 제임스 먼로 대통령의 합성어로 트럼프 대통령이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및 미국 압송 관련 기자회견에서 밝힌 '독트린'을 의미한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규칙 기반 질서를 공동화함으로써 중견국들에 헤징(hedging·위험 분산)을 강요하고, 중국 정부에 과거에는 없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신은 카니 총리가 다보스 연설에서 무역·우크라이나·북극·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핵심 광물·인공지능(AI) 등 다양한 현안에 관해 유사한 입장을 가진 파트너들 간 유연한 연합을 형성하는 걸 의미하는 '가변적 기하학(Variable Geometry)'을 언급했다며 "트럼프가 동맹국인 덴마크에 그린란드 매각을 강요하고 캐나다에 관세 위협을 가하는 사이, 시진핑은 무역 장벽을 낮추며 '책임 있는 파트너'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 선물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2025년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하고 있다. 왼쪽은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여한 무궁화 대훈장./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韓·日 등 동맹국의 딜레마와 '각자도생' 가속화

블룸버그는 이번 사태가 캐나다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등 아시아 핵심 동맹국들에게도 심각한 안보적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미국의 안보 파트너, 특히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는 한국과 일본은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어렵다"면서도 "신뢰할 수 없는 미국은 양국에 잠재적인 실존적 위협을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상황과 관련, "일반 여론이 독자 핵무장에 우호적인 한국에서는 미국과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합의가 필요시 핵무기를 확보할 수 있는 문을 열어젖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내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자체적인 억지력 확보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유일한 피폭국인 일본에서조차 금기시되던 '핵무장론'이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incoherent)' 외교 정책에 대응해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있다. 인도가 미·일·호주와의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를 통해 미국과 협력하면서도, 중국이 주도하고 러시아 등이 참여한 비(非)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에서 시 주석·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는 '헤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 트럼프 시대 동맹, '규칙과 신뢰' 아닌 관세·거래 관계

트럼프 대통령의 100% 관세 위협은 캐나다·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체제를 뿌리째 흔드는 조치다. 이는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동맹 관계가 '규칙과 신뢰'에서 '관세와 거래'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것은 미국이 전략적 적대 세력에 맞서 동맹과 함께할 것인가, 아니면 전례 없는 '전략적 자해(strategic self-harm)'를 하며 고립될 것인가의 문제"라고 비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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