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 재협상 앞두고 협상력 확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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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초기 트럼프와의 관계 개선에 주력해 왔던 카니 총리는 최근 중국과의 무역 분쟁을 정리하고, 스위스 다보스에서 '경제적 강압'에 맞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대미 전략을 전환하는 모양새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직 중앙은행 총재 출신으로 신중한 행보로 알려진 카니 총리가 고위험 전략을 택한 배경에는 미·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 재협상을 앞둔 현실적 제약이 작용하고 있다. USMCA는 캐나다 경제의 핵심 기반으로,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경우 경제적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카니 총리는 국경 보안 강화, 펜타닐 밀매 차단, 국방비 증액, 미국 기술기업에 영향을 미치던 디지털세 철회 등으로 트럼프 행정부를 달래려 했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따라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강경한 노선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WSJ는 전했다.
크리스토퍼 샌즈 존스홉킨스대 캐나다연구소 소장은 "카니는 충분히 유화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이제는 워싱턴의 주목을 끌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카니 총리의 전략 전환 배경으로 두 가지 요인을 꼽고 있다. 첫째는 USMCA 재협상을 앞두고 협상 지렛대를 마련하려는 계산이다. 이는 중국이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주도권을 확보하려 했던 전략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펜 햄프슨 오타와 칼턴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카니 총리는 이제 장갑을 벗고 정면 승부에 나설 때라고 판단했다"며 "본격적으로 강공 전략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국내 정치적 고려다. 오타와 소재 여론조사업체 애버커스 데이터의 데이비드 콜레토 대표는 카니 총리의 다보스 연설이 조기 총선을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유당 정부는 소수 정부로, 야당이 연합할 경우 정권 유지가 쉽지 않은 구조다.
콜레토 대표는 "카니 총리가 강조하는 핵심 메시지는 '안정성'"이라며 "조기 총선을 염두에 둔다면 '과반 의석을 달라'기보다는 '캐나다에 안정이 필요하다'는 구도가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카니 총리는 중국 외에도 유럽과 페르시아만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카니 총리는 중국과의 무역 분쟁을 정리한 직후 방문한 카타르에서 청정에너지, 인공지능(AI),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 유치 약속을 확보했다. 캐나다는 또 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유럽연합(EU) 방위 기금 접근권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니 총리는 오는 3월 호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다보스 연설에서 중견국들이 협력해 글로벌 패권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응해야 한다는 카니 총리의 주장에 공감을 표한 것으로 WSJ는 전했다.
현재 캐나다 경제는 미국의 고율 관세와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 USMCA 재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위축된 상태다. WSJ는 캐나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20%가 대미 교역에 의존하고 있어, 캐나다가 멕시코와 함께 미국 보호무역의 최대 취약국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카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100% 관세 경고 직후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에서 "외부의 위협 속에서 캐나다 국민이 경제적 운명을 스스로 통제하도록 하는 전환을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사실상 선거 국면을 염두에 둔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