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쌀 10만t 격리보류·양곡정책 대수술… “시장기능 회복 온힘”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127010012282

글자크기

닫기

세종 정영록 기자

승인 : 2026. 01. 26. 17:37

농식품부, 만성적 공급과잉 예방
2025년산 쌀 생산 7만5000t 줄어
가공용 소비량 6.76% 증가 원인
정부양곡 6만톤 추가 공급 발표
하반기 더 세진 양곡관리법 시행
농림축산식품부가 2025년산 쌀 초과 생산량이 10만톤(t)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존 시장격리 계획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구조적 공급과잉 상태에 놓인 쌀 산업에 대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 기능을 회복시키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26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와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산출한 2025년산 쌀 초과량은 약 9만t으로 예상됐다. 이는 2024년 소비량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추정했던 과잉 생산량 16만5000t보다 7만5000t가량 줄어든 규모다.

농식품부는 지난 23일 김종구 차관 주재로 열린 올해 첫 양곡수급안정위원회에서 이 같은 수급 전망을 토대로 기존 '10만t 시장격리' 계획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초과 생산량 감소 원인으로는 가공용 쌀 소비량 확대가 지목됐다. 국가데이터처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가공용 쌀 소비량은 약 93만2000t으로 전년 대비 6.76% 증가했다. 떡·즉석밥·쌀과자 등 식료품 제조업 분야에서 전년 대비 12.6%, 탁주·주정·식혜 등 음료 제조업에서는 5.2% 각각 늘어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단경기 공급부족으로 올해 양곡연도 이월물량이 전·평년보다 적었다"며 "신곡이 지난해 9~10월 조기 소비된 점을 감안하면 계획대로 시장격리를 추진했을 때 올해 공급물량이 다소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10만t 시장격리는 '투 트랙'으로 추진될 예정이었다. 첫 번째는 정부 대여곡 5만5000t 반납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구곡 재고 부족으로 쌀값 상승세가 이어지자 산지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정부양곡을 대여 형식으로 공급한 바 있다. 격리 계획이 보류되면서 반납 기한은 오는 3월에서 내년 3월로 연기됐다. 다만 쌀 수급상황에 따라 정부 반납 요청에 응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나머지 4만5000t은 정부 수매에 따른 사전격리 물량이다. 이 역시 추진을 보류하고 향후 쌀값 동향을 지켜본 뒤 시행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농식품부는 가공용 쌀 소비 증가를 감안해 정부양곡 가공용 물량도 최대 6만t 추가 공급한다. 기존 공급 계획량 34만t이 부족하다는 양곡수급안정위 판단에 따른 조치다. 지난해 정부 벼 매입자금을 지원받은 산지유통업체가 의무 매입해야 하는 물량 기준도 기존 150%에서 120%로 완화한다. 무리한 벼 확보 부담을 줄여 가격 자극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농업계에서는 이번 정부 결정을 쌀 산업의 시장 기능 회복을 위한 절충안으로 평가했다. 만성적 공급과잉에 있는 쌀 시장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적정 가격을 찾아가기 위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그간 쌀 산업은 구조적 공급과잉 탓에 막대한 재정지출 부담을 안고 있었다. 국가데이터처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인당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147.7g으로 즉석밥 1개(210g)에도 미치지 못했다. 매년 남아도는 쌀을 격리하는데 투입되는 예산은 1만t당 305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2024년산 쌀에 대해 정부가 격리한 물량은 총 124만t으로 매입비만 약 2조6000억원이 소진됐다.

서용석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이번 대책은 단경기 쌀 수급안정을 위해 생산자와 정부 등이 쌀값 형성에 대한 책임을 나눠갖자는 의미"라며 "쌀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해 물량을 풀지 않고 있는 민간에 (방출) 시그널을 주고, 정부는 대책을 조율하는 등 한 발씩 물러선 것"이라고 진단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방안을 시작으로 올해를 쌀값 시장 기능 회복의 '원년'으로 만들 방침이다. 특히 오는 8월부터 사전 수급조절 기능을 강화한 개정 양곡관리법이 시행된다. 해당 법은 사전조치에도 수급불안이 발생했을 때 양곡수급관리위원회에서 정한 범위에 따라 정부가 초과량을 '의무매입'하도록 했다.

아울러 올해 '수급조절용 벼' 재배도 2만~3만㏊ 규모로 신규 추진한다. 해당 벼는 평시에 가공 용도로 제한하고, 흉작 시 밥쌀로 전환해 쌀 수급을 안정시키는 제도다. 참여 농가를 대상으로 전략작물직불금도 1㏊당 500만원 지급한다. 이 제도가 생산 단계부터 수급을 안정시킬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농식품부는 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쌀값 오름세는 농가소득과 연관이 낮고,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시장격리 물량과 시행 시기를 조정했다"며 "쌀 시장이 조속히 안정화되지 않을 경우 필요한 대책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영록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