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동흥산·빌텍 등 우호 지분 3%대 편입
주주·시장, 지배구조 투명성 요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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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그룹 위장계열사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칠 전망이다. 공시대상기업집단 등 지정을 위한 자료 누락에 대한 처벌 수위가 '징역 2년 이하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돼 있어서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신뢰 추락은 불가피하다. DB그룹은 DB손해보험과 DB증권, DB캐피탈, DB저축은행 등 금융 계열사를 보유한 곳이다. 금융사는 고객의 신뢰를 기반으로 영업을 하는 만큼 오너의 평판도 중요하다. 특히 금융사들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2년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공정거래법 위반이 확인되면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 오너의 도덕성 문제가 기업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위장계열사 논란에 따른 파장도 클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DB그룹의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로 DB그룹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만큼 다음달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지배구조와 내부거래 관련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DB그룹이 지난달 9일 삼동흥산과 빌텍을 특별관계자로 추가하면서 이들이 보유한 주요 계열사 지분이 공시됐다. 삼동흥산은 DB아이엔씨와 DB하이텍 지분을 각각 2.21%, 2.17% 보유했고, 빌텍은 1.49%, 1.35%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앞서 김 회장이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동곡사회복지재단과 그 산하에 15개 회사를 소속 현황에서 누락한 행위를 적발했다. 삼동흥산과 빌텍은 재단 산하에 있던 회사들이다.
공정위는 이들 회사가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 및 사익 추구를 위해 활용된 위장계열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삼동흥산·빌텍 등은 DB그룹계열사가 아닌 것처럼 관리돼 왔지만, 실질적으로 김 회장 측 영향력 아래 있었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김 회장을 고발하더라도 처벌 수위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법에서는 거짓의 자료를 제출한 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정자료 허위제출 조항에 대해서만 고발한 것"이라며 "처벌 수준은 최대 (법에서 정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8년 故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을 위장계열사를 보유하고 신고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며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은 2019년에 故이 전 회장을 벌금 1억원에 약식기소했다. 김 회장 역시 최대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김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더욱 확대된 모습이다. 삼동흥산과 빌텍이 보유한 DB아이엔씨와 DB하이텍 지분 3.7%, 3.52%가 김 회장 우호지분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지분이 공개되면서 김 회장의 영향력이 숫자로도 확인됐다는 얘기다.
지분 구조 변화는 오너 일가 내부 경영권 구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김 회장과 장남 김남호 명예회장 간의 분쟁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지난해 6월 그룹을 이끌고 있던 김남호 회장이 갑작스럽게 명예회장으로 추대된 것을 두고 부자(父子)간의 갈등이 표면에 드러난 것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위장계열사의 계열 편입으로 김 회장 측 우호 지분이 공식적으로 드러나면서, 경영권 구도는 오히려 김 회장 쪽으로 더 기울게 됐다.
지배구조를 들여다보면 핵심 계열사인 DB아이엔씨와 DB손해보험의 개인 최대주주는 김남호 명예회장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김준기 회장일 가능성이 높다. DB아이엔씨의 경우 김남호 명예회장(16.83%)에 이어 김준기 회장(15.91%), 김 회장의 장녀 김주원 부회장(9.87%)이 지분을 들고 있다. 여기에 삼동흥산과 빌텍의 지분 3.7%까지 더해지면 김준기 회장 측의 지분이 우위를 점한다.
DB손보도 마찬가지다. 김남호 명예회장(9.19%)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했지만 김준기 회장(6.07%)과 김 부회장(3.21%), DB김준기문화재단(5.1%) 등이 지분을 들고 있다.
공정위 고발에 따른 문제는 사법 리스크보다는 시장의 신뢰도 하락이다. 자료 허위제출에 대한 처벌은 약할 수 있지만, DB그룹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시장의 검증 요구가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DB아이엔씨의 경우 특수관계인 지분이 47.51%에 달하지만, DB손보의 경우 25.96%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특수관계인 지분이 낮은 DB손보가 표적이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최근 얼라인파트너스는 DB손보 이사회에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하고 주주제안에 나섰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DB손보가 저평가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지배주주 관련 내부거래가 만연하는 불투명한 기업 거버넌스 문제를 꼽았다. 지배주주가 더 높은 지분을 보유한 DB아이엔씨로 이익이 이전될 유인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당장 그룹 경영권을 흔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주주총회와 IR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위장계열사 이용 사례가 드러나면 공시 및 공정거래 규제 체계의 엄격화가 예상된다"며 "투자자와 시장에서는 앞으로 DB그룹의 지배구조 투명성에 대한 추가적인 검증 요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요 계열사의 최대주주 구조, 등기·지분 공시 등이 뒤따르는 주주총회·IR 시점에서 불확실성이 집중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DB그룹 관계자는 "이제 고발이 시작된 만큼, 조치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으로 파악된다"며 "검찰 조사과정에서 최대한 회사 입장을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