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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영의 중국 정치·산업 四季] 왜 지금 ‘2개의 공(共·供)’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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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2. 11. 16:38

김동영 중국경영연구소 부소장
김동영 중국경영연구소 부소장·동국대 겸임교수
중국 전문가 김동영 중국경영연구소 부소장이 오늘부터 매주 [김동영의 중국 정치·산업 四季]이란 문패를 달고 "이념을 걷어낸 지중(知中)의 시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속 한국 기업의 생존 전략에 도움이 되고자 중국의 정치와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칼럼을 게재할 예정이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편집자 주]

1. 수렴(Convergence)하는 세계

2026년 2월, 글로벌 경제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자유 시장'과'작은 정부'를 기조로 삼던 미국이 '국가 주도 자원 관리'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4일, 트럼프(Trump) 행정부가 발표한 국가 주도 자원 안보 전략인 '프로젝트 볼트(Project Vault)'는 120억 달러를 투입해 국가가 직접 핵심 광물을 비축하고 공급망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미국이 그동안 견지해 온 시장 자율주의 원칙이, 공급망 안보라는 현실적 위기 앞에서 수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미국의 변화가 그들이 오랫동안 경쟁해 온 중국의'거국체제(擧國體制, 국가 역량 총동원 체제)'와 유사한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의 수렴' 현상은 우리에게 중국 시스템을 재평가할 것을 요구한다. 중국의 방식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인가, 아니면 변화하는 공급망 시대에 부합하는 하나의 생존 모델인가?

필자가 지난 21년간 중국 산업 현장의 최전선에서 관찰한 중국의 경쟁력은 '통제' 자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기획하는 공산당(共·The Party)'과 '실행하는 공급망(供·Supply Chain)'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만들어내는 '시스템적 효율성'에 있었다.


2. 첫 번째 공(共):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전략적 기획자'

일반적으로 기업 경영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불확실성'이다. 중국의 정치 시스템(共)은 국가 차원에서 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 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보자. 중국 전인대(全人大) 상무위원회는 2월 초 류창리(劉倉理), 뤄치(羅琦) 등 핵심 과학자들의 보직을 조정하며 국방 및 R&D 분야에 대한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또한 공업정보화부(MIIT)는 2027년부터 전기차의 '매립형 손잡이' 적용을 제한하는 등 구체적인 기술 표준을 제시했다.

외부의 시각에서는 이를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중복 투자의 방지'와 '표준(Standard)의 확립' 과정이다. 수백 개의 기업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기업들이 비본질적인 디자인 경쟁 대신 배터리 효율이나 자율주행 같은 핵심 기술 경쟁에 자원을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정치가 산업의 '최고 전략 책임자(CSO)'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 두 번째 공(供): 기획을 현실로 만드는'실행의 생태계'

국가가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면, 시장(供)은 이를 실행에 옮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중국 제조업이 가진 실행의 '속도'와 '범위'다.

지난 2월 5일을 전후해, 로봇 전문 유니콘 기업인 유니트리(Unitree)가 영하 47도의 설원 환경 테스트를 통과하고, 도심항공교통(UAM) 선도 기업인 펑페이 항공(Fengfei 航空)이 세계 최초로 5톤급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의 비행에 성공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중국의 공급망이 단순 제조를 넘어, 극한 환경과 고난도 물류를 감당할 수 있는 '기술적 성숙기'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탄탄한 공급망 생태계는 글로벌 기업들에게도 필수적인 요소다.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스페이스X(SpaceX) 팀이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중국 태양광 기업들과 협력을 모색하는 것은, 정치적 갈등과 무관하게 '산업적 필요'에 의해 글로벌 공급망이 연결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공급망은 압도적인 생산 능력(Capacity)을 바탕으로 글로벌 산업 생태계의 허브(Hub)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4. 적응과 진화: 위기 대응의 메커니즘

물론 중국 경제도 지방 재정 문제나 내수 소비 둔화 같은 구조적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의 세수 확보 노력이나 금융권의 이슈들은 이러한 고민을 반영한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 시스템이 위기를 방치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유연한 대응책'을 가동해 돌파구를 찾는다는 것이다. 최근 테슬라 차이나(Tesla China)와 샤오미(小米) 등이 도입한 장기 저리 할부 프로그램은, 소비 둔화에 대응하여 기업과 금융 시스템이 어떻게 공조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 결합하여 시장의 유동성을 유지하고 고용을 방어하는 것이다.


5. 효율성과의 경쟁

2026년의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호불호(好不好)'가 아니라'실사구시(實事求是)'여야 한다.

중국은 지금 '정치적 리더십'과 '산업적 실행력'을 결합하여 국가 전체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방향을 잡는 당(共)'과 '현실을 만드는 공(供)'. 이 두 축이 맞물려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경쟁자의 실체를 파악할 수 없다.

앞으로 이어질 글들은 이 거대한 시스템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며, 한국 산업에는 어떤 시사점을 던지는지 팩트에 기반하여 분석해 나갈 것이다. 이것이 새해에 우리가'두 개의 공(共·供)'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김동영(중국경영연구소 부소장/ 동국대 겸임교수)


김동영 부소장은 …

1994년 중국 땅을 밟은 중국 유학 1세대로 칭화대학(淸華大學)을 졸업했다. 귀국 후 LG전자에서 21년간 근무하며 중화권(중국·대만·홍콩) 시장을 담당했고, 광저우(廣州) 주재원으로 파견되어 중국 내 판매와 공급망의 최전선을 온몸으로 겪었다. 현재 중국경영연구소 부소장이자 동국대·연성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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