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린성 옌볜자치주 투먼 북중 국경지대에 소재한 조각공원에서 내려다본 북한의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시 전경. 강 너머의 민둥산 지역이다./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지금 이곳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4월 초 방중에 맞춰 중국을 찾을지 모른다는 얘기가 소문 이상으로 나돌고 있습니다.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말 둘의 극적 만남이 이뤄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북미는 말할 것도 없고 남북 관계도 지금보다는 훨씬 좋아지겠죠.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말할 것 없고요"
중국 내에서는 꽤나 유명한 50대 중반의 조선족 사업가 최모씨는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자치주의 두만강변 북중 국경 도시 투먼(圖們) 너머의 황량한 북한의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시 전경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얼굴에서는 최근 중국 내외에서 도는 김 위원장의 4월 초 방중 소문이 실현됐으면 하는 기대가 여실히 묻어나고 있었다. 북미 및 남북 관계의 개선이 자신뿐 아니라 옌볜 일대 조선족 사회에 엄청난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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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먼 북중 국경지대의 세관 전경./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기자가 춘제(春節·설) 연휴를 이용, 최모씨와 함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를 나름 현장에서 살펴보기 위해 찾은 투먼은 예상대로 아주 황량했다. 북중의 경제 교류가 활발한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과는 완전히 달랐다. 북한 주민들의 탈북을 막기 위해 현지 공안이 강변에 3중으로 설치한 살벌한 느낌의 철조망들 역시 이 황량함에 일조를 더해주는 듯했다. 거의 모든 곳이 민둥산인 남양의 산야는 더 말할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거리 곳곳에서 보이는 북한 주민들, 북한식 한글 표기의 식당과 상점들의 존재는 북한과 중국이 일의대수(一衣帶水·강을 사이에 둠)라는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현지 주민인 펑밍민(彭明敏) 씨가 "이곳은 경제가 낙후한 곳이다. 그래서 주민들이 외지로 많이 나간다. 이 때문에 노동력이 부족하다. 이를 북한 주민들이 보충해주고 있다"면서 최소 1만명 전후의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귀띔하는 것을 들어보면 경제적으로도 북한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곳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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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먼 북중 국경지대에서 북한의 남양시를 바라다보는 중국 관광객들./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현지의 중국인들 역시 김 위원장의 방중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이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는 것은 이곳 중국인들에게도 호재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 관련 정세가 좋아지면 투먼이 일거에 단둥 못지 않은 각광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의 관광객,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올 수도 있다 "는 60대 초반의 조교(재중 북한 교포) 정모씨의 말을 들어보면 잘 알 수 있다. 현지인들이 은근하게 북미 정상회담의 가능성에 기대를 건다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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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위력을 느끼게 만드는 투먼 북중 국경지대의 한국 전문 상품 매장./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그래서일까, 이곳에서도 한류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은 가능했다. 한국 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상점이 강변 앞에 떡 하니 자리한 채 꽤 많은 고객들을 부르면서 상당한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점원인 쩌우(鄒)모씨가 "조선(북한) 사람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 여기 물건들이 그 사람들 경제 수준으로 볼 때는 상당히 비싼데도 별 거리낌 없이 구입한다"면서 신기해 할 정도라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의 18일 전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과연 소문처럼 방중,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만날 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소문이 파다한 것 자체를 볼 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한다. 더구나 두 정상이 이미 구면인 만큼 다시 한 번 더 만나게 된다면 북미와 남북 관계는 급속도로 개선될 수 있다. 이 경우 진짜 투먼은 현지 주민들의 기대대로 졸지에 중국 내 최고의 핫플레이스 중 한 곳이 될 수 있다. 현재 투먼이 정중동 상태인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