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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말대로 시장이 정책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시장을 이기는 정책 역시 없다. 정책이 시장을 이긴 사례로는 노태우 정부에서 수도권 1기 신도시 건설의 역사나 노무현 정부의 최강 복합 규제 세트인 8·31조치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후 집값은 축적된 에너지가 폭발하면서 수억 원대에 머물던 아파트 가격은 수십억 원대로 뜀박질했으며 오늘날 젊은이들이 감히 올려다볼 수 없는 특별한 자산이 되었다. 이는 정책이 단기 승부에서는 시장을 이기지만 중장기에서는 결코 시장을 이길 수 없음을 의미한다. 현재 억누르는 압박의 주택정책으로 시장이 이에 순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로 오래가지 않을 게 분명하다. 정책과 시장은 서로 보완 관계이지 결코 적대시하는 대립의 관계이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대립 이후 시장의 역습은 더 큰 화를 부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대통령과 정부의 가격 버블 압박과 부동산 투기 근절의 외침은 백번 지당하다. 오늘날 당면한 모든 갈등의 근원이 부동산에서부터 출발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작농을 자작농으로 전환한 토지개혁이 완성되지 못한 채 과점 현상이 생겨났고 이어 개발 시대 붐을 타고 가진 자의 불로소득은 극에 달했다. 최근 입각이 불발된 모 국회의원의 자산 투자에서 보듯이 지도층을 중심으로 수십 년간 빚어온 불법과 탈법, 관행화된 부동산 투기를 그 뿌리부터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아이들조차 모이면 아파트 가격으로 계층을 가르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 그리될 때 진정으로 이 나라가 바로 설 것이고 부(富)를 존경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영합주의적 말만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인 로드맵을 설정하고 가감 없는 집행에 나서야 한다. 우선 지도층의 자기반성과 솔선수범 차원에서 다주택자 신분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치인이나 고급 관리일수록 철저하게 자산 형성의 과정을 공개하는 게 맞다. 적어도 부동산 투기라는 말이 사라질 때까지는 가혹하리만큼 자산 형성을 따져야 하며 흠이 있다면 법과 제도적으로 도태시키는 게 당연하다. 이어 비싼 주택에는 이에 걸맞은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 도입 검토 역시 필요하다. 중위권 주택 가격을 설정해 그 이상의 주택에 대해서는 누진적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법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핀셋 규제라며 특정 지역만을 대상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은 그동안 많은 실수와 부작용을 낳았다. 이를 잡기 위해 각종 규제를 동원할수록 그 부작용과 피해는 되레 고스란히 서민에게 돌아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주택정책의 목표가 집값 통제가 아니라 국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예를 들면 임대차 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전세 급감, 월세 급전환에 따른 서민 주거비 급등 문제를 선행적으로 해결하려는 정책 의지가 절대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월세 상승률이 연 3%대를 넘어서면서 가파르게 상승해서, 주거비가 월 소득의 25%를 넘어설 정도로 급등하는 추세다. 생계유지 위기에 대응해 주거비 보조 등의 주거복지 정책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외에도 청년 주거를 비롯해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점차 심각해지는 실버계층의 주거와 돌봄, 주거 서비스 도입 등의 문제를 사회 각 계층과 유관 시민단체, 기업과 지역자원 등이 함께 풀어나갈 대안을 선도적으로 내놓는 게 주택정책의 우선 목표가 돼야 할 것이다.
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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