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러, 전쟁 맞춤형 경제 재편…장기 성장 기반 심각 훼손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225010007446

글자크기

닫기

김도연 기자

승인 : 2026. 02. 25. 10:31

예산 절반 군사·안보에 쏠려…사상자 120만명 추산·인구감소 심화
NYT "미래 성장동력 잠식…전쟁경제 되돌리기 쉽지 않아
RUSSIA GOVERNMENT FSB BOARD PUTIN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연방보안국(FSB) 이사회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위해 국가 경제 구조를 전면적으로 전쟁 중심 체제로 재편했지만, 그 대가로 장기 성장 기반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 예산의 거의 절반이 군사·안보 및 전쟁 관련 비용으로 투입되고 있다. 현재 예산의 약 40%가 군과 안보 부문에 배정돼 있으며, 전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국채 이자 상환에 추가로 9%가 쓰이고 있다. 이는 수년간 유지해온 재정 긴축 기조에서 벗어난 조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4년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국정 운영의 중심에 두어왔다. 전쟁 초기 혼란을 겪었지만, 병력 재정비와 군수 생산 확대를 통해 전황을 일정 부분 반전시켰고, 미국의 중재 아래 진행된 평화 협상에서도 협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인적 피해는 막대하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러시아군 사망·부상자는 최대 120만명에 이를 수 있다. 워싱턴 소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사자만 최대 32만5000명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러시아의 인구 구조와 노동시장에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 될 대목이다.

전쟁은 재정 여력도 빠르게 소진하고 있다. 석유·가스 수익으로 조성해온 국부펀드(국가복지기금)의 유동 자산은 전쟁 전 약 1130억 달러에서 최근 약 550억 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국제 유가 하락과 제재로 인한 할인 판매 여파로 지난해 러시아의 석유·가스 수입도 거의 4분의 1 감소했다.

러시아 경제는 전쟁 이전부터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천연자원 채굴 중심의 산업 구조는 다변화에 실패했고, 소련 붕괴 이후 급락한 출산율로 인구 감소가 이어지고 있었다. 여기에 전쟁이 겹치면서 인구 위기와 인재 유출이 더 심화했다. 수십만 명이 해외로 빠져나갔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2100년 러시아 인구가 1억명 아래로 감소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전쟁 초기 3년간 대규모 군사 지출은 서방 제재에도 불구하고 단기적 경기 부양 효과를 가져왔다. 군수 산업과 외국 기업 철수로 반사이익을 얻은 일부 기업은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최근에는 재정 지출 축소와 노동력 부족, 고금리 여파로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제조업 활동은 위축되고, 가스·자동차·석탄 산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높은 세금과 비싼 대출 비용 부담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전쟁 경제가 구조적 변화라는 점에서 단기간에 정상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베를린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 연구원은 "군사와 사회 유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출이 사실상 보류된 상태"라며 "러시아의 자원과 인재가 미래 산업이 아니라 전쟁 이전 소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우회 전략에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푸틴 대통령이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장기 번영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과거 영향권 회복이라는 목표에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러시아의 국제적 영향력 약화와 중국 의존 심화, 투자 매력 감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문은 "전쟁으로 설계된 경제 구조를 되돌리는 일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매우 어려운 과제"라며, 평화 협상 결과와 대외 제재 완화 여부가 러시아 경제의 향후 진로를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도연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