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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 품에 안은 파라마운트, ‘승자의 저주’ 피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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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6. 03. 02. 09:03

넷플릭스에 역전승 거두고 워너 인수·합병 계약 체결
치솟은 계약 금액 큰 부담…워너 위약금도 대신 지급
반면 넷플릭스는 신뢰 회복 등으로 오히려 주가 상승
지난해 파라마운트 워너 최고 흥행작
미국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메이저 스튜디오 파라마운트가 워너브러더스의 인수·합병으로 비롯될지 모를 '승자의 저주'를 과연 피해갈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사진은 지난해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러더스의 최고 흥행작인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왼쪽)과 '마인크래프트 무비'의 한 장면./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미국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메이저 스튜디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파라마운트)가 '승자의 저주'를 피해갈 수 있을지에 지구촌 미디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끈질긴 공세 끝에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워너브러더스)의 영화·TV 스튜디오 사업 부문과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 맥스를 품에 안았으나, 치열한 인수·합병 경쟁으로 치를 대가가 만만치 않아 보여서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러더스는 이날 오전 주당 31달러씩 총 1110억달러(약 158조원) 규모의 인수·합병 계약서에 체결했다. 앞서 주당 27.75달러, 총 827억 달러(약 118조원)에 워너브러더스와 먼저 계약을 체결했던 넷플릭스는 워너브러더스가 파라마운트의 새로운 인수안이 앞선 계약 내용보다 낫다고 판단한 직후로 알려진 전날 "파라마운트가 제시한 금액으로 거래하기에는 워너브러더스의 인수·합병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며 발을 뺐다.

이처럼 스트리밍 업계의 '최강자' 넷플릭스를 물리치고 100년 역사의 유서 깊은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집어삼킨 파라마운트이지만, 다가올 미래가 마냥 장밋빛은 아니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데이비드 엘리슨 파라마운트 최고경영자(CEO)가 아버지인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의 재정적 지원을 등에 업고 막대한 규모의 차입까지 불사해가며 인수·합병 금액을 끌어올린데다, 워너브러더스가 넷플릭스에 지급해야 할 위약금 28억 달러(약 4조원)를 자신들의 호주머니에서 꺼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규제 당국이 합병을 불허할 경우, 워너브러더스에 보상금 70억 달러(약 10조원)를 건네기로 한 계약 조건까지 더해져 향후 큰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 트럼프 행정부와 대립중인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반 독점 심사와 업계의 반발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도 급선무다. 민주당 소속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립자가 절친한 사이란 것에 달가워하지 않아하며 철저한 심사를 지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양사의 인수·합병 문제를 이미 조사 중이며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공언했으며,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연방 상원의원 역시 해당 계약 심사과정에 "최고 수준의 엄격함이 요구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지 미디어 종사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 역시 걸림돌이다. 미국 작가협회는 "데이비드 엘리슨의 스카이댄스가 파라마운트를 인수·합병할 당시 1000명이 해고됐고, 워너브러더스와 디스커버리가 합칠 때도 약 20억 달러 규모의 콘텐츠 투자가 취소됐다"며 이번 계약 소식에 우려를 드러냈다.

이밖에 워너브러더스가 지고 있는 막대한 채무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파라마운트의 두통거리다. 워너브러더스는 산하의 유럽 지역 방송사인 유로스포츠와 디스커버리+(플러스)를 통해 2조원 이상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지불하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부터 2024 파리 올림픽까지 4개 올림픽을 독점 중계했으나, 이 같은 투자에 걸맞는 수익을 뽑아내는데 실패하면서 경영 사정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넷플릭스는 계약 무산을 아쉬워하면서도 내심 홀가분해하는 표정이다. '배트맨' '슈퍼맨' '해리 포터' 시리즈 등 워너브러더스가 보유한 수많은 IP(지식재산권)들을 발판삼아 오프라인 상의 '미디어 공룡'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놓쳤지만, 큰 규모의 위약금을 챙기면서 자칫 손해볼 수도 있는 거래를 피한 덕분에 주주들을 비롯한 투자자들의 걱정을 덜고 신뢰를 유지해서다. 실제로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합병 포기 방침아 발표되자 넷플릭스의 주가는 10% 이상 급등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 과녁'에서 비켜날 수 있는 구실도 마련했다. 넷플릭스 이사로 재직중인 민주당 쪽 주요 인사 수전 라이스가 "민주당의 재집권 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굴복한 기업들을 용서하거나 잊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 미쳐 있는 인종차별주의자 라이스를 즉각 자르지 않으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격분했다. 최고 수장의 심기대로 움직이는 지금의 미 행정부가 독점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합병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넷플릭스는 58억 달러(약 8조원)의 어마어마한 위약금을 워너브러더스에 물어야 해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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