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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에 뿌리내린 고려인들…스탈린 강제이주 정책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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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아스타나 통신원

승인 : 2026. 03. 0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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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의 고려인 최초 정착지인 우슈토베에 카자흐스탄고려인협회가 마련한 정착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연합
카자흐스탄에서 1930~1940년대 소련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인해 중앙아시아에 정착하게 된 민족의 후손들이 당시의 비극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곳곳에서 이어가고 있다.

카자흐스탄 매체 카즈인폼은 1일 강제이주 피해 민족 후손들의 증언을 전하며 조상들이 겪은 추방의 기억은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라 오늘날 정체성의 일부라고 보도했다.

1930년대 후반 소련 정부는 국경 지역 소수민족을 '잠재적 반역 세력'으로 규정하고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켰다. 수백만명이 강제로 화물열차에 실려 이동하는 과정에서 기아, 질병 등으로 고려인 수천명을 포함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련 정부는 한인들이 일본 첩보 활동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해 1937년 국경 지역 정비를 명목으로 전면 이주를 단행했다. 연해주 일대에 거주하던 한인 약 17만명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했고 그 중 상당수가 카자흐스탄 남부로 이동했다.

강제이주 피해자 후손 김 알렉세이는 카즈인폼과의 인터뷰에서 "조부모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기차에 실려 이동했다고 들었다"며 "모든 재산과 삶의 기반을 두고 떠나야 했다는 이야기를 가족들로부터 전해 들으며 자랐다"고 말했다.

그는 "화물칸마다 20~25명 정도가 탑승했고 물은 거의 제공되지 않았다"며 "열차가 정차할 때마다 사람들은 빗물을 모으거나 눈을 녹여 마셨고 노인과 어린이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병을 얻었다"고 전했다.

또 "카자흐스탄 남부 우슈토베 지역에 도착한 뒤 사람들은 인근 바슈토베 언덕에 땅굴을 파 임시 거처를 마련했고 손수 만든 난로로 혹한을 견뎠다"며 "추위와 식량 부족, 잦은 질병 감염은 모두에게 심각한 고난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주민과 그 후손들은 1956년까지 정부의 감시 속에 살았고 거주 이전의 자유도 제한받았다. 남성은 광산과 중노동 현장에 동원됐고 남은 이는 황무지에 가까운 환경에서 농업 기반을 구축하며 생존을 모색한 결과 교육과 문화 활동을 통해 공동체를 유지해 왔다.

카자흐스탄에 강제이주한 고려인들은 정착 과정에서 현지 주민들로부터 식량과 생활 시설 등을 지원받았다. 우슈토베 소재 바슈토베 언덕에는 카자흐스탄고려인협회가 카자흐스탄 주민들에 대한 감사를 담아 마련한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고려인뿐만 아니라 독일인, 체첸인, 타타르인, 폴란드인 등 여러 민족들이 같은 시기 강제이주를 겪었다. 그들도 재산 몰수와 강제 추방을 경험했으며 낯선 초원 지대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했다. 이는 카자흐스탄이 100개가 넘는 민족이 공존하는 다민족 사회로 자리 잡는 배경이 됐다.

강제이주 피해 민족 후손들은 비극의 역사를 잊지 않는 것이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이라며 이주민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집과 음식을 나눴고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을 고향이라 부르며 조상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규 아스타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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