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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경영권 분쟁’에 또 발목 잡힌 한미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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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아 기자

승인 : 2026. 03. 03. 18:04

아시아투데이최정아
한미약품이 또 다시 흔들리고 있다. 비만 치료제 혁신으로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시점에, 또다시 가족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기업 성장 스토리에 균열이 생긴 모습이다. '한미 분쟁 2라운드'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의 연임을 놓고 벌어질 전망이다.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 측은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 대표의 거취를 두고 본격적인 표 대결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은 이미 학습한 바 있다. 2024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됐을 당시, 한미약품 주가는 1년간 약 25% 하락했다. 기업 가치가 지분 싸움이라는 변수에 좌우되는 민낯을 투자자들은 몸소 경험한 것이다. 분쟁이 불거질 때마다 시장은 냉정하게 반응했고, 그 대가는 고스란히 일반 주주들이 떠안았다.

최근 주가 흐름 역시 불안정하다. '비만약 기대감'으로 지난달 24일 64만원대 신고가를 찍자마자, 경영권 분쟁 재발 우려로 주가가 59만원대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시 한 번 경영 리스크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업이 내놓는 실적과 파이프라인보다 오너 일가의 동향이 주가를 더 크게 흔드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에서, '2024년의 학습 효과는 없었냐'는 업계의 쓴웃음이 괜한 것이 아니다.

가장 큰 후유증은 결국 '조직'이다. 신약 개발은 장기전이다.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전략이 필요한 산업에서 경영권 분쟁은 가장 치명적인 변수로 작용한다. 아무리 혁신적인 파이프라인을 내놓더라도, 경영 불확실성이 이를 덮어버리면 기업의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는 서서히 훼손된다. 파트너십을 맺으려는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도 경영이 흔들리는 기업은 안정적인 협력 상대로 보기 어렵다. 기술수출 협상 테이블에서도 불리한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이미 경고음이 울렸던 상황이다. 다수 제약업계 관계자는 "잦은 퇴사와 인력 이탈이 지속되어 왔는데, 그 배경에는 경영 불확실성이 자리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비전 경쟁이 아니라 '줄 세우기'식 조직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누가 실권을 쥐느냐에 따라 조직 내 헤게모니가 달라지고, 구성원들은 자신도 모르게 편을 갈라 줄을 서기 시작한다. 이 경우 인재 유출은 가속화되고, 이는 다시 연구개발 성과 약화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이 경우 기업의 중장기 경쟁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K-바이오의 가능성을 증명해온 몇 안 되는 플레이어이기도 하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비롯해 다수의 혁신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고, 기술수출 성과로 국내 제약 업계의 위상을 높여온 것도 사실이다. 그 기업이 지금 혁신의 속도가 아닌, 분쟁의 방향으로 시선을 뺏기고 있다.
최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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