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근본악을 부추기는 北 9차 당대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303010000561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6. 03. 03. 18:10

2026010801000637300038411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전 고려대 교수)
북한 노동당 제9차 대회(이하 당대회)가 지난달 19일부터 25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됐다. 당대회는 노동당 공식적 최고 의사 결정 기구로 5년 주기로 개최하는 북한 최대의 정치행사다. 당대회에는 당 중앙지도기관 및 지역·직능에서 선출된 대표자 5000명이 참석했다.

당대회는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당의 강령·규약의 수정·보충, 당 노선과 정책 및 전략·전술에 관한 기본문제를 토의·결정, 당중앙위원회와 노동당 총비서 선거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당대회는 인민의 총의를 모으는 기능이라기보다는 김정은의 지시나 당이 내리는 결정을 사후적으로 추인하는 형식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우리는 당대회를 북한의 향후 5년 동안 당 노선, 정책 및 전략의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어서 늘 주목해 왔다. 그래서 김정은의 개회사, 토론을 거친 결정서, 폐회사의 행간에 주목했다. 특히 이번 당대회는 노동당 창건(1945년 10월 10일) 80주년 직후 열리는 대회여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은 당대회 동안 지난 5년 '대내외적 난관에도 불구하고 자부할 만한 경제적 성과'를 달성했고, 핵보유국의 불가역적 지위를 영구히 다짐으로써 국가 위상을 높였다고 평가한 후 새로운 5개년은 경제의 질적 발전을 통해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또한 한국과의 관계는 적대적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규정하고 우리의 화해·협력 정책은 기만극이며, 핵을 앞세워 완전 붕괴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한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특히 이번 당대회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새 시대 5대 당건설 노선(이하 5대 노선)'이다. '5대 노선'은 김정은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목적에서 2022년 김정은이 '당의 전면적 강화와 체제 장기화'를 위해 제안한 것을 2023년 당이 채택·공식화했다. 북한의 '5대 노선'은 정치건설, 조직건설, 사상건설, 규율건설, 작풍건설로 구성되며, 이는 김정은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 당 대열 정예화, 반사회주의 현상과의 투쟁, 규율·규율감독 체계, 인민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 정립 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9차 당대회에서 '5대 노선'의 소환은 이 노선을 김정은의 통치 이념을 공식화해 김정은 중심의 영도력과 조직력을 강화해 홀로서기의 모습을 연출하려는 것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당은 김정은에게 최고 직책인 당 총비서로 재차 추대하고 당규약 개정·인사·조직 재정비가 이루어졌다.

우선 김정은은 '5대 노선'의 정당성을 강조해 김정은의 통치 이념으로 공식화하고, 권력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4인 체제를 5인 체제로의 개편과 여동생 김여정의 복귀·승진으로 후견 체제를 강화하고, 젊은 충성파로 세대교체를 위해 집행부 39명 중 23명을 교체했다. 특히 대표적 교체 인물이 권력 서열 2위 최룡해의 2선 후퇴다. 따라서 9차 당대회는 김정은의 당 장악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치밀하게 기획·준비된 정치행사였다.

김정은의 '5대 노선'은 국가운영의 축을 '당 중심'으로 정립·회귀해 김정은의 유일적 영도체제를 공고히 하고 중앙집권적 규율을 강화하는 노선이다. 결국 9차 당대회가 '5대 노선'을 정당화함으로써 김정은의 독재체제를 더욱 정당화하는 명분을 제공해 준다는 점이 문제다. 바로 '5대 노선'의 근원적 문제는 김정은 전체주의 독재체제를 지지·옹호하는 사상적 도구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이런 체제는 태생부터 악(惡)의 요소를 지닌 체제 자체가 악의 근원이다. 즉 '5대 노선'은 김정은의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데 매우 유용한 노선이지만 북한 주민의 삶을 더욱 궁핍·핍박·압박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5대 노선' 자체는 근본악(根本惡)이다.

북한 9차 당대회가 우리에게 준 메시지는 명료하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고, 필요하다면 핵을 앞세워 한국을 점령·평정·수복·편입의 적화흡수통일의 야욕을 결단코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한국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면(裏面)은 북한 주도의 연방제통일 가능성이 낮은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우리는 대북(통일)정책에서 늘 환상에 빠져있었다. 즉 우리의 호의를 북한이 호의로 대응해 줄 것이라는 환상,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를 포기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이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대북정책에 대한 환상이 환상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데 9차 당대회가 크게 '기여'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독재체제의 속성 중 하나는 외부 세계와 비교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 외부 정보 유입 차단 제도를 만들고 처벌 수위를 강화해 사상 통제에 심혈을 쏟는다.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바로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 청년교양보장법(2021), 평양문화어보호법(2023) 등을 제정하고, 이에 근거해 공개처형 인식 구속 등을 통해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

이는 북한 김정은은 외부 정보 특히 한국의 정보가 김정은 체제에 위협적 요소라는 점을 자인한 증거다. 외부 정보가 체제가 가진 근본악의 속성을 이해하는 특효약이라는 점을 김정은이 인식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의 당면 과제는 북한 주민이 근본악의 체제적 속성을 자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같은 민족으로서 우리로서는 북한 주민이 외부 정보에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과학·기술적 장치와 제도를 구축해 북한 주민이 스스로 사유·협조·행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줄 책무가 있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전 고려대 교수)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