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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대기인원 400명’… 증시는 달리는데 상담은 세월아 네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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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혁 기자

승인 : 2026. 03. 03. 18:08

김민혁 증명사진
"ISA(개인통합자산관리계좌) 만기 해지 문의를 위해 고객센터에 전화했지만 '예상 대기시간 1시간 이상'이라는 안내만 반복됐어요. 며칠째 연결이 안 돼서 결국 연차를 내고 지점에 방문하려고요"

최근 한 투자자가 고객센터 연결음을 듣다 지친 끝에 내뱉은 하소연입니다. 수화기 너머로는 같은 안내가 몇 분 단위로 흘러나오고, 통화는 끊을 수도 마냥 붙잡고 있을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 이어집니다. 점심시간은 훌쩍 지나고 있지만 상담 차례는 오지 않습니다.

실제로 주요 증권사 5곳의 고객센터에 연락해 보니 "대기시간 60분 이상이 예상됩니다", "대기인원은 약 400명입니다"는 자동응답시스템(ARS) 음성이 반복됐죠. 개장 직후(오전 9~10시)와 점심시간(오전 11시~오후 1시)에는 통화 연결 버튼을 눌러놓고 한참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증시 활황으로 상담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제한된 상담 인력으로 고객 불편은 체감할 만큼 커진 현실입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위 10대 증권사 콜센터 상담 직원은 평균 150명 내외입니다. 반면 은행권의 상담 직원 수는 한 회사당 평균 300명이 넘고, 심지어 카드사는 900명이 넘습니다. 다른 업권에 비해 상담인력이 적은 만큼, 콜센터 서비스 수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죠. 특히나 지금처럼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이고, 투자자들도 늘어나는 상황에선 증권사 상담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원만한 상담 서비스를 받지 못한 금융소비자들이 늘어난다면, 증권사의 브랜드 가치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수 있죠.

'소비자 보호 강화'를 강조하는 정부 기조와 업계의 비용 효율화 기조에선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업계는 인공지능(AI) 상담사나 챗봇을 도입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에선 부족하다는 불만이 거셉니다.

일부 증권사에선 내부적으로 고객센터 증원을 검토하고 있지만 실상은 쉽지 않습니다. A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 고객센터 인력 수급을 위한 대책 강구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증원 계획 수립부터 신규 직원 교육, 실전투입까진 2~3년가량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고객 문의가 몰리는 특정 시간대나 일부 파트에 대해서만 증원을 검토하는 것도 어려워 보입니다. 이 역시 직접 고용 비율이 높은 증권업계의 특성과 연결돼 있죠. 많은 인원을 직접 고용하면 그만큼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신규 인력을 채용하더라도 특정 시간대나 분야만을 위해 인력을 투입하는 건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업무량과 인력 수급 상황을 고려해 충원 여부를 결정해야 해서 고객센터 증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비용 효율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일지 모릅니다. 다만 고객 대기시간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까지 방치해선 곤란합니다. 지점 축소와 상담 인력 증원 사이에서 답을 찾기 어렵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프라이빗뱅킹(PB)이나 퇴직연금 등 분야에만 국한된 상담 예약제, 콜백 제도를 다른 분야에도 확대 적용하는 방법도 고민해 볼만하죠. 증시가 빠르게 달리는 만큼 증권 업계의 고객 응대 시스템도 그 속도에 맞춰 진화하길 기대해 봅니다.
김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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