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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기대 꺾인 패션OEM·ODM… 영원무역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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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영 기자

승인 : 2026. 03. 03. 17:58

지난해 실적 '수주 방어'에 희비
영원무역 영업익 5144억… 63%↑
아크테릭스 등 고가브랜드 '날개'
한세실업·신원 '마이너스 실적'
원가율 상승·수주물량 감소 탓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됐던 국내 패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업개발생산)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해외 바이어로부터 달러로 납품 대금을 받는 구조상 원화 약세는 이들의 원화 환산 매출과 이익 확대를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영원무역, 한세실업, 신원의 지난해 성적표에는 환율 효과보다 수주 증감에 따른 원가율 방어 여부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당초 고환율 수혜를 점쳤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 수출기업의 영업이익은 평균 0.5~1%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 집계 기준 원·달러 연평균 환율은 2021년 1144원에서 지난해 1422원까지 상승했다. 이론상 수익성 개선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환율은 보조 변수일 뿐, 실적을 좌우하는 건 결국 수주 방어에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한 패션 OEM 업계 관계자는 "실적 발표 시에는 원·달러 환율을 적용해 매출을 환산하지만, 실제로는 원자재 구매와 주요 비용 역시 달러로 집행되는 구조"라며 "해외 생산법인이 여러 국가에 분산돼 있어 각국 통화 변동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정비 비중이 높은 구조상 물량이 줄면 단위당 원가가 빠르게 상승한다"며 "결국 환율보다 가동률이 마진을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영원무역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144억원으로 전년 대비 63% 증가했다. 반면 한세실업은 823억원으로 42% 감소했고, 신원은 188억원으로 25.8% 줄었다.

영원무역은 수주 증가가 실적을 견인한 사례다. 전체 매출의 약 68%를 해외 글로벌 브랜드 OEM 사업에서 올리는 구조로, 노스페이스·룰루레몬 등 고단가 아웃도어 브랜드 중심의 오더 확대가 이익 개선으로 이어졌다. 회사 측도 "OEM 사업부문 오더 증가가 영업이익 반등의 주된 요인"이라고 밝혔다. 올해도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 아머스포츠가 아크테릭스의 매출 두 자릿수 성장(18~20%)을 예고하면서, 수주 증가 흐름은 지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고전한 한세실업과 신원은 모두 '원가율 상승'을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먼저 한세실업은 전체 매출의 약 80~90%를 미국에서 올리는 구조로 환율 수혜 기대가 컸다. 그러나 타겟·월마트 등 저단가 마트 바이어들의 보수적 발주로 물량이 줄었고, 이에 가동률도 하락했다. 하반기 갭·칼하트 등 고단가 제품 비중을 확대했지만 감소한 물량을 상쇄하기에는 부족했다. 여기에 미국 관세·신규 공장 가동 등의 비용 부담도 더해졌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시장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원가관리 강화 등을 통해 실적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원도 OEM 비중이 약 85%에 달하는 구조다. 자체 여성복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적 방어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중미 지역 공장 확장에 따른 초기 비용 증가와 신규 바이어 진행 비용 등이 반영되며 수익성에 부담이 됐다. 신원 관계자는 "올해 관세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과테말라 등 중미 지역의 생산 설비 확대 효과가 반영되며 영업이익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 해법은 '고부가 수주 확대'다. 한세실업은 지난해 인수한 미국 텍솔리니 섬유공장을 활용해 'Made in USA' 물량을 늘리고, 합성섬유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액티브웨어 등 고부가 제품 수주를 확대할 계획이다. 신원 역시 스포츠 기능성·고가 의류 전용 라인을 구축해 미국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업황 회복 가능성도 점친다. 지난해 4월 이후 관세 이슈가 불거지며 글로벌 고객사들의 재고 수준이 과거 대비 낮아진 점이 긍정 요인이다. 브랜드 재고가 정상화될 경우 신규 발주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미국의 지난 2월 소비자신뢰지수(91.2)도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국내 패션 ODM·OEM사들의 수주 회복 기대를 키우고 있다.

차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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