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영화가 꾸준히 공급 되느냐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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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왕사남'은 지난 6일 누적 관객 1000만명을 넘기며 역대 국내 개봉작 가운데 34번째이자 '파묘'와 '범죄도시4' 이후 약 2년 만에 나온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의 소재가 된 계유정난은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로 수없이 다뤄져 새로운 해석의 여지가 없어 보였지만 '엄홍도'(유해진)로 대표되는 민초의 시선으로 역사를 비틀어보는 전개, 폐위된 '단종'(박지훈)을 성품의 소유자이자 민초들과 교감할 줄 아는 '미완의 성군'으로, '한명회'(유지태)를 압도적 피지컬을 지닌 인물로 차별화한 시각의 전환, 장항준 감독의 호감도와 배우들의 열연 등이 어우러지며 한국 영화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왕사남'의 흥행몰이에 극장 전체 관람객 규모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영화관 관람객 수는 2045만40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2%(607만4000여명)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한국 영화 관람객은 1529만4000여명으로 전체의 74.8%를 차지했다. 관람층 역시 특정 세대에 집중되지 않았다. 8일 CGV에 따르면 '왕과 사는 남자'의 연령대별 관람 비율은 40대 27%, 30대 25%, 20대 21%, 50대 이상 18%로 나타났다. 세대 전반에서 고른 관람 분포를 보였다는 의미다. 실관람객 만족도를 보여주는 CGV 골든에그지수도 97%를 기록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왕사남'의 흥행은 극장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의미도 있다. 영화계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위축됐던 투자와 제작에 물꼬가 다시 트일 것이라는 기대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활성화 등으로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완성도 있는 작품이 나온다면 관객들이 언제든 영화관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영화계 관계자들이 "결국 관건은 콘텐츠"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기에 영화관에서만 가능한 경험이 어필된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재현 CGV 전략지원담당은 "'왕사남'은 극장에서 느낄 수 있는 몰입감과 감동,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며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며 "극장은 OTT나 TV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몰입감과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정적인 시장 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꾸준한 영화 공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1000만 관객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장항준 감독은 최근 한 TV 예능프로그램에서 "곧 있으면 영화관에 걸릴 영화가 없다"는 말을 듣고 '왕사남' 참여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쇼박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주요 5대 배급사가 올해 개봉을 준비 중인 한국 상업영화는 22편이다. 코로나19 이전 연간 약 40편 안팎이 제작되던 시기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왕사남'의 흥행 효과가 다음 영화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양질의 영화가 꾸준히 공급될 수 있느냐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투자와 제작이 다시 활발해지는 '선순환'도 가능할 것으로 영화계는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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