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원·하청 교섭 구조 변화" 환영
경영계 "불법 행위는 자제해야" 우려
노동부, 매뉴얼 마련 등 제도 안착 지원
![]() |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개정 노조법은 원·하청 등 다단계 고용 구조에서 실제로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용자와 노동자가 교섭할 수 있도록 제도 틀을 정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용자 개념 확대와 노동쟁의 범위 확대,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규정 정비 등이 핵심 내용이다.
가장 큰 변화는 사용자 범위 확대다. 기존에는 노동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사업주가 사용자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이나 결정권을 행사하는 경우 원청 기업도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하청 노동조합이 자신의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노동조합 설립과 가입 범위 역시 확대됐다. 기존에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면 노동조합으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해당 규정이 삭제되면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 다양한 형태의 노동 종사자들이 노조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노동쟁의 범위도 넓어졌다. 기존에는 임금과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을 직접적으로 결정하는 사안이 주된 쟁의 대상이었지만, 개정법은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도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쟁의행위와 관련된 손해배상 책임 규정도 달라졌다. 앞으로는 불법 쟁의행위가 인정되더라도 노동자 개인에게 무분별하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제한된다. 법원은 노동자의 고의나 과실 정도, 실제 행위와 손해 사이의 관계 등을 고려해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했다.
원청 기업의 교섭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원청 기업은 기존처럼 자사 노조와 교섭을 진행하는 것뿐 아니라 하청 노동자 노조와도 교섭을 진행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노동계는 이번 법 시행을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확대하는 계기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그동안 원청이 하청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면서도 직접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는 구조가 이어져 왔다"며 "이번 법 시행이 원·하청 교섭 구조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법 시행에 맞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법 시행일에 맞춰 원청 교섭 쟁취를 위한 투쟁 선포대회를 열 계획이다. 한국노총은 원청 교섭 요구 절차와 사용자성 입증 방안 등을 담은 대응지침을 마련해 산하 조직에 배포했다.
경영계는 사용자 범위 확대와 교섭 의제 확대로 인해 산업 현장의 갈등이 늘어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에서 "일부 노동계가 사용자성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교섭 의제까지 제기할 경우 사용자 범위와 교섭 의제를 둘러싼 노사 분쟁이 지속될 수 있다"며 "원청 기업과의 단체교섭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된 범위를 넘어서는 무리한 요구나 이를 관철하기 위한 불법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시행 초기 혼선을 줄이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는 해석지침과 교섭 절차 매뉴얼을 마련하고 현장 교육을 진행했으며, 시행 이후 일정 기간 현장 상황을 점검하며 제도 안착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개정 노조법은 원·하청 구조에서 실제로 결정되는 근로조건에 대해 원청과 하청 노동자들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라며 "노사 간 대화와 협력을 통해 갈등을 풀어가는 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