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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가격 급등…이란 전쟁에 흔들리는 세계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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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6. 03. 12. 10:42

성장 둔화·물가 상승 우려…WSJ "국가별 '승자와 패자' 갈려"
러시아·중남미 산유국 수혜…에너지가 상승 취약 유럽 타격
호르무즈 해협 사실상 마비 여파…중동 산유국도 충격
ITALY-IRAN-US-ISRAEL-WAR-OIL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걸프 지역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몬차 인근 한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AFP 연합뉴스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출렁이면서 세계 경제 전반에 충격이 확산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각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지면서 국가별로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현재 세계 경제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전망하고 있다. 첫 번째는 중동 분쟁이 비교적 빠르게 종료돼 여름까지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안정되고 세계 경제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공급 차질이 식료품 가격과 여름 휴가 비용 등 일상 물가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상승해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 경우 향후 1년 동안 세계 경제 성장률은 약 0.5%포인트 낮아지고 물가 상승률은 약 1%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은 지난 10여 년 동안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개발 확대로 순(純)에너지 수출국으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과거보다 유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도 전쟁의 영향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전쟁 이후 미국 휘발유 가격은 약 20% 상승했다. 연료비 부담이 커지면 가계가 다른 소비에 쓸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또 항공사와 크루즈 회사, 제조업체 등은 연료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반면 미국 에너지 기업들은 유가 상승의 수혜를 볼 전망이다.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브렌트유 가격이 향후 몇 달 동안 평균 배럴당 8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미국 물가 상승률은 약 0.2%포인트 높아지고 경제 성장률은 약 0.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걸프 지역 국가들은 유가 상승의 수혜를 입지만, 이번 전쟁에서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고 WSJ는 분석했다.

이란과 오만 사이의 전략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원유 수출이 제한되고 생산 감축까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경제분석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더라도 걸프 국가 경제가 올해 최대 2% 위축될 수 있으며 충돌이 장기화하면 경제 규모가 최대 15%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에너지 산업 의존도가 높은 쿠웨이트와 카타르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파이프라인을 통한 수출 확대 등으로 일부 손실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WSJ는 전했다.

관광 산업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구기관 투어리즘 이코노믹스는 올해 중동 지역 해외 관광객 수가 최대 27% 감소해 약 560억 달러의 관광 수입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쟁 여파는 주변 국가로도 확산하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에너지 수입 비용 증가 우려로 파운드화 가치가 달러 대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미 경제난을 겪고 있는 이란 역시 전쟁으로 경제 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역시 에너지 가격 상승에 취약한 지역이다. WSJ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전체 에너지의 약 58%를 화석연료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유럽 국가 대부분은 중동에서 직접 에너지를 대량 수입하지 않지만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는다. 걸프 지역 공급이 줄면서 다른 지역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고, 그 결과 유럽 가스 가격은 이달 들어 50% 이상 상승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유로존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국보다 최대 3배 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에너지 충격에 대비한 방어 장치를 구축해 왔다. 중국은 약 10억 배럴 이상의 전략 비축유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또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와 전기차 보급 정책, 풍부한 석탄 산업 등을 통해 에너지 공급원을 다양화했다.

일본과 한국 역시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지만 상당한 규모의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아시아 여러 국가들은 중동산 액화천연가스(LNG)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 차질에 취약할 수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파키스탄과 대만이 LNG 공급 부족 위험에 특히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전쟁은 러시아 경제에는 일시적인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WSJ는 전했다.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는 최근까지 원유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걸프 지역 공급 차질로 인해 러시아산 원유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유가와 가스 가격 상승은 러시아 정부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 러시아산 원유 가격은 정부 재정 균형에 필요한 배럴당 약 59달러 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이와 함께 캐나다와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석유 생산국들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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