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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패션·섬유 산업계, 해외 제조사에 잠식된 시장 되찾는 ‘10년 계획’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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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승인 : 2026. 03. 19. 11:04

공공 조달 강화·기술 전수 제도 마련·공유형 인프라 구축 등 제시
해외업체에 밀린 전통브랜드 연쇄 폐업…'유명 브랜드 무덤' 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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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5일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 국립 미술관에서 열린 패션디자이너 고(故)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가와쿠보 레이의 합동 전시회에 마네킹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EPA 연합
한때 '메이드 인 오스트레일리아' 의류로 호황을 누렸던 호주 패션·섬유 산업계가 해외 업체들에 잠식된 시장을 되찾기 위해 장기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18일 호주 매체 쿠리어메일에 따르면 호주패션위원회(AFC)는 부츠 제조업체 R.M.윌리엄스와 함께 최근 섬유·의류·신발(TCF) 산업 전반의 국내 제조 역량을 되살리기 위한 10년 계획을 발표했다.

사만다 델고스 AFC 대표는 자국 내 제조 체계를 복원하고 호주를 세계적인 '프리미엄 섬유 제조 허브'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핵심 전략 3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공공 조달을 통해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호주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군복과 경찰복 등 공공 부문 의류를 자국산으로 우선 구매해 기업들에 안정적인 수익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호주의 TCF 제조업 종사자의 중위 연령이 57세로 높기 때문에 숙련공의 노하우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청년층에게 기술을 전수할 수 있는 명확한 도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소규모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에 대한 부담 없이 최신 설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공유형 제조 인프라'에 공동으로 투자해 첨단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호주 패션계의 이같은 행보는 '생산지 증명'과 '윤리적 제조'를 중시하는 글로벌 소비 트렌드에 맞춰 호주의 고급 원료와 디자인 역량을 하나로 묶는 '올인원(All-in-one) 공급망'을 완성하겠다는 도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호주 패션·섬유업계는 그동안 외국 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자국에서의 입지가 줄면서 '유명 브랜드의 무덤'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실제로 호주의 상징적 비즈니스 웨어 브랜드 플레처 존스는 2005년 호주 공장 폐쇄 후 쇠락의 길을 걷다 올해 초 소매 영업까지 완전히 종료해 100년 가까운 기업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호주 국민 속옷 브랜드 본즈를 비롯해 킹지, 홀프루프 등 유서 깊은 헤리티지 브랜드들도 2010년 전후로 호주에 있던 생산 기지를 모두 해외로 옮겼다.

올해 기준 호주 내 의류 유통량의 약 97%는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이며 자국산 비중은 약 3%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해당 산업 생태계가 사실상 고사 상태에 빠졌다고 보고 있다.

특히 세계 최고급 양모와 면화를 생산하면서도 이를 가공할 인프라가 없어 원료를 수출했다가 완제품을 다시 수입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고착화됐다.

델고스 대표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97%에 달하는 해외 의존도는 국가적 취약점"이라고 지적했다.

게리 모티머 호주 퀸즐랜드 공과대학(QUT) 교수는 "저가형 의류 시장은 이미 글로벌 스파(SPA) 브랜드에 점령당했다"며 "호주가 가야 할 길은 고유의 가치를 지닌 프리미엄 시장뿐"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로드맵이 실행되면 2031년까지 호주 패션 제조 산업의 부가가치는 약 29억 호주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2031년까지 5년간 누적 경제 이익 약 14억 호주달러(약 1조2600억원)와 더불어 신규 숙련 일자리 1000개 이상이 창출된다는 전망이다. 이 중 절반은 여성 인력이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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